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 [사진: 연합뉴스]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장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 주요 제품인 D램 가격이 또다시 하락했다. 경기 둔화로 IT 전방 산업 수요가 급감한 여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D램 가격이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규 서버용 CPU 확대에 따른 DDR5 D램 수요가 늘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시점에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회복세를 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칩 생산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회복될 수 있지만, 부품·장비 등 하위 소부장 업계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이 돼야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4달러로 전월 대비 3.45% 하락했다. DDR4 D램을 비롯한 주력 제품은 락세를 탔으나 차세대 제품인 DDR5 D램 16Gb 등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탔다. 2019년 9월 4.1달러였던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1달러대까지 내려갔고 이달 1.4달러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본격화된 경기 둔화 신호로 소비자용 IT 제품 시장이 얼어붙고, 주력 매입처였던 서버 시장까지 설비투자를 감축한 데 따른 여파다.

반도체 기업의 제품 재고 수준도 최고 수준에 달했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31조9481억원이었다. 전년 18조7953억원 대비 69.9%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도 65.3% 늘어난 17조1823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여파로 SK하이닉스는 트렌드포스 조사 기준 1분기 D램에서 마이크론에게, 낸드에서 키옥시아에게 추월 당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기준 반도체 재고지수도 246.5(2020년 기준 100)으로 사상 최고치에 이른 상황이다.

2분기 실적 전망치도 바닥을 찍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62조1311억원, 영업이익 2190억원이다. 전년 대비 무려 98.45% 감소한 수치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영위하는 SK하이닉스 예상 영업손실은 3조2222억원이다. 선제적인 감산 및 재고조정 노력으로 전분기(△3조4023억원) 대비로는 소폭 줄어든 실적이 예상된다.

AI 프로세스 처리에 최적화된 엔비디아 A100 GPU 칩셋 [사진: 엔비디아]
AI 프로세스 처리에 최적화된 엔비디아 A100 GPU 칩셋 [사진: 엔비디아]

업계에서는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산에 따른 재고조정 효과로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설 수 있는 데다, 챗GPT로 시작된 AI 열풍으로 서버용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다.

특히 엔비디아 등 챗GPT 수혜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팹리스 실적이 개선되면서 엔비디아 GPU와 병용하는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덩달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DDR5 D램 채용이 늘어날 가운데, 고성능 패키지 칩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실적 전망치의 회복세도 뚜렷하다. 에프엔가이드 기준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3조68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 수익성 회복과 모바일 신제품 출시에 따라 조단위 영업이익 회복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순수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손실 2조4187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된다. 하지만 손실폭은 1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우리 반도체 산업 전반의 반등을 위해서는 시간이 아직 필요할 전망이다. 수주산업인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재고가 크게 쌓이는 메모리 산업 특성상 실적 정상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탓이다. 더군다나 D램 내 DDR5 전환으로 인한 DDR4 재고 소진은 더뎌질 것으로 예상 돼, 섣불리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쉘 퍼스트' 전략 기반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가 간간이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 내 부품·장비 협력사의 수주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량 메모리 기반인 데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탓에 운영자금 차입을 받는 등 비상경영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내 협력사 수주가 언제쯤 개선될 지는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실적이 모두 정상화되려면 올해가 지나야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장비 발주가 본격화되려면 내년 2분기는 지나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열풍으로 인해 칩 제조사들에 대한 실적 전망은 높아지고 있지만, 하위 협력사를 포함한 전체 생태계 반등은 아직까지 답보상태"라며 "생태계 전체 실적이 개선되려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쯤 되야 하지 않을까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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