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과기정통부]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한다. 일단 알뜰폰 활성화와 28㎓ 신규사업자(제4이동통신) 진입 방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알뜰폰과 제4이동통신은 새롭다고 할 만한 방안은 아니어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4이통의 경우 이미 7차례 실패한 바 있다.

알뜰폰 역시 이통사 자회사 또는 중소 사업자 위주로 구성돼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28㎓ 신규사업자는 유치가 쉽지 않아 보이고 알뜰폰 활성화 정책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과기정통부가 별 대책 없이 28㎓ 주파수 할당 취소에 따른 후유증을 만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담합 조사는 물론,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조사에 들어가면서 과기정통부도 좀더  차별화되고 영향력 있는 정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통신·금융 분야 경쟁 활성화를 주문한 가운데, 5G 중간요금제 출시나 28㎓ 신규사업자 유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과기정통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 회의실에서 전파정책자문회의를 개최한다. 전파정책자문회의는 중장기 전파정책, 전파법령의 개정, 전파 관련 기술‧서비스의 고도화 등 주요 전파정책 추진사항을 자문하기 위해 운영 중에 있는 기구다.

지난달 20일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TF’ 1차 회의에서 박윤규 제2차관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현재까지 추진되지 않은 방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도록 각계 의견을 지속 수렴해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통해 알뜰폰 성장을 통해 통신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알뜰폰 사업은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와 도매제공 대가와 관련한 장치가 잘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하다”며 “특히 도매제공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리테일 마이너스(RM, 종량제) 방식 한 가지로만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이런 부분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된다면 알뜰폰 사업에서도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통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과연 통신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인지 의문”이라며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며 “전체적인 통신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숙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발표된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의 ‘알뜰폰 관련 시장 현황 및 주요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회선 증가와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등에 따라 가입자 증가세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매출 규모도 최근 두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해 2021년 1조1561억원을 기록한 수준이다. 하지만 2021년 기준 75% 사업자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 미만으로, 이통시장 내 알뜰폰 비중은 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단점은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사업자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 사업자 대부분은 중소사업자로, MNO(이동통신)와 경쟁 가능한 업체가 없다.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83.3%가 중소사업자이며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중소 사업자의 경우 매년마다 정부와 SK텔레콤이 협상하는 망도매대가 인하에 사실상 기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없다.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16%를 넘었다고 하지만 매출로 볼 때 알뜰폰 비중은 5%에 불과한 것도 이 이유다. 이통사 자회사 또는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통해 통신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그나마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독행기업이라 판단됐던 당시 CJ헬로비전도 결국 M&A를 통해 LG유플러스 자회사로 편입됐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풀(Full) MVNO(알뜰폰)라고 불리는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알뜰폰이 생존하는 이유 역시 정부와 SK텔레콤이 협상하는 망도매대가 인하에 기댄 것이다. 즉 이통사의 출혈을 통해 알뜰폰의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풀 MVNO 사업자도 등장하지도 못했는데,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28㎓ 기지국 설치를 필수 조건으로 하는 신규 사업자가 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28㎓ 신규 사업자 역시 성과를 내기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KT,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28㎓ 주파수 할당 취소를 진행했고, SK텔레콤도 오는 5월 할당취소가 유력시된다. 이런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제4이통 카드를 대안들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통신 분야와 관련한 공정위 행보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정위는 4월 전원회의를 열고 이동통신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이들이 5G 관련 과장‧허위광고 등을 한 혐의에 대해서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2주에 걸쳐서 여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전원회의는 하루에 제재 수위까지 결정한다. 공정위가 이번 정부 들어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반론권 보장 기회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플레이스토어 이외 경쟁 앱마켓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제한한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 걸쳐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공정위가 통신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요금 등 이통사 담합 행위 등을 잡아낼 경우 과기정통부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모두 이통3사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부담 완화라는 ‘미션’을 받은 입장에서 공정위가 먼저 승기를 가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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