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SK하이닉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낸드플래시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의 합병 추진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본 정부가 친미국적이긴 하나 두 회사 합병을 쉽게 허용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블롬버그통신이 보도한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인수합병(M&A) 논의를 재개한 데 따른 반응이다. 블룸버그는 양사가 2021년 합병 추진 실패 이후, 지난해 말부터 다시금 합병 추진을 위한 재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키옥시아는 과거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20.6%)다. 당초 웨스턴디지털이 2021년 키옥시아를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자국 반도체 생산 기업의 유출을 우려한 일본과 메모리 굴기를 노린 중국 당국 등의 존재로 흐지부지됐다.

키옥시아는 이에 도쿄거래증권소에 상장 신청서를 내며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뒀으나, 이마저 차질이 생기며 웨스턴디지털과의 협력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협력 시 낸드플래시 업계 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키옥시아는 20.6%(2위), 웨스턴디지털은 12.6%(4위)다. 합병 시 합산 점유율은 33.2%로 1위 삼성전자(31.4%)를 앞서게 된다. 양사가 이미 합작법인(JV)으로 협력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생산능력 확대보다는 기존 합작 시너지 강화와 의사결정체계 단일화 등의 이점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최대 주주인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다. 2018년 4조원을 투자하면서다. 다만 전환사채와 펀드 출자 형식이기에 지분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박 부회장은 "컨소시엄은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 40% 가까이를 보유하게 된다"며 "우리가 키옥시아에 투자한 부분을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를 보일지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최저치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예상한다. 예상 가격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고 거시경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 자체는 낙관적이며 다운턴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부회장은 어려운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돌파구를 찾았으면 좋겠다. 여러 고객사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ES 2023에서 델, HP 등 서버 업체와 AMD, 퀄컴 등을 만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