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큐알티 최고기술책임자 [사진: 큐알티]
정성수 큐알티 최고기술책임자 [사진: 큐알티]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최근 우주로 쏘아올린 나노 위성들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소프트에러를 비롯한 부품 평가를 미리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발사에 성공해도 정작 위성이 작동하지 않으면 관련 연구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한번 우주로 쏘아올리면 고장이 나도 고칠 수 없습니다.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우주항공용 반도체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최근 큐알티 광교 R&D센터에서 만난 정성수 큐알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힘주어 말한 대목이다. 정성수 CTO는 국내 반도체 소프트에러의 최고 권위자다. 시스코, 애플, 시게이트 등 실리콘밸리 내 글로벌 기업에서 수십년 동안 중성자 입자 접촉에 따른 반도체 오류를 분석해왔다. 그러다 삼성전자 QC 엔지니어,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등을 거쳐 큐알티 CTO 직을 맡고 있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큐알티는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작점은 소프트에러 장비 판매와 우주항공용 반도체 국산화 프로젝트다. 

- 최근 소프트에러 발생 이슈가 대두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프트에러 분석과 평가는 과거부터 꾸준히 해왔다. 이런 문제로 여러 회사가 도태되고 사라진 것을 목격해왔다. 그렇지만 소프트에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이 문제없이 잘 해왔기 때문에 대중적인 관심이나 교육 등에서 소외돼 왔다. 그러다 고성능컴퓨팅(HPC)이나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집적회로가 미세해져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이 문제를) 실감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는 최근 주목받는 지능형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소프트에러 분석 및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대만 TSMC는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투자를 해왔고 AMD나 인텔 등 글로벌 기업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위시한 칩 메이커들이 관련 투자를 해왔지만, 시스템반도체 종류가 많아지면서 좀 더 다양한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 반도체 오류 문제는 자동차 등 생명과 직결된 부분에서 특히 영향이 클 것 같은데.

"국내 일부 반도체 부품을 보면 외국산보다 좋은 게 많다. 하지만 자동차, 우주항공, 데이터센터 등 분야에서 신뢰성(Reliability)이 만족하는 부품이 거의 없다. CPU·GPU 등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정부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PMIC)나 질화갈륨(GaN) 등 와이드밴드갭 반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이를 사다가 쓸 수 있지만, 현재는 반도체 수출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진행을 위해 국산화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표준 정립도 되지 않았고 인프라, 교육도 미비하다."

-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중요성이 얼마나 되나.

"한국은 우주항공 분야를 늦게 시작해 한국형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성과를 이뤘다. 다만 우주항공산업 핵심은 발사체 내부의 위성이다. 쏘아올린 위성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의미가 있다. 쏘아올려도 부품 오류로 교신이 어렵거나 작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최근 쏘아올린 나노 위성들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소프트에러를 비롯한 부품 평가를 미리 진행했을 것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사체를 쏘아올려 궤도에 도달케 한 위성이 작동하지 않으면, 관련해 노력한 연구진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위성은 우주 체류 시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잡는다. 긴 시간 동안 지구의 100~1000배되는 방사선(Radiation)에 노출되는 것이다. 지구에서 오류가 난다면 이를 고치겠지만 우주에서는 대부분 그럴 수 없다. 특히 군사나 특수목적용도는 고장이 나면 안된다. 하다못해 메모리도 그냥 쓸 수가 없다. 새로 메모리를 평가해 신뢰성 있는 특성을 가진 부품을 선택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우주항공용 반도체 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사다 쓴다. 우주항공용 반도체 부품은 50센트, 1달러짜리인 다이오드도 우주항공용으로 사면 200달러 이상을 줘야할 정도다. 정부 중심으로 국산화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배경이다. 큐알티도 참여해 신뢰성 분석 등을 담당하고 있다."

12일 디지털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성수 큐알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큐알티]

- 큐알티가 해당 국책과제에서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큐알티는 반도체와 전자부품 신뢰성 테스트의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항공우주 분야도 필수적인 부분을 계속 평가해왔다. 캐나다 트라이엄프나 랜스와 공동협약을 맺고 협력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랜스같은 경우는 과거 원자폭탄 개발 시설을 갖춘 덕에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속기를 갖고 있다. 이 두 시설은 각각 캐나다, 미국 정부 소속으로 아무나 가서 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큐알티가 실력이 없었더라면 제안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 국책과제 진행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나.

"최근에는 우주항공용 반도체 부품 오류 평가를 위한 가속기가 부족하다. 미국 등의 가속기를 다 써도 부품 평가가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에너지를 높이고 대역을 가속하는 가속기 계획을 준비해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5년에서 7년 정도가 예상되는 데다, 가속기 시설 구축 비용도 조 단위를 넘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가속기 빔을 사용하지 않고 항공우주용 부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있다. 레이저 기반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일본항공우주연(JASA)에서 이 시설을 갖추고 있고, 큐알티도 보유하고 있다. 큐알티는 이를 활용해 D램, 다이오드, 전력반도체를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는 안전성은 물론, 오랜 기간동안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기에 탑재된 반도체도 고신뢰성을 요구한다. 실제로 위성과 자동차의 활용 기간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고, 두 분야의 결정적 차이는 우주 속 중성자 노출과 방사선 종류 정도다. 최근 미국은 자동차용을 우주산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 관련 국책과제들이 완료되면 우리나라 우주항공 반도체 산업 수준은.

"최근 시작한 주문형반도체(AISC) 국책과제를 제외하면 2~3년 내로 종료되는 과제가 많다. 이들이 성과를 내면 다이오드를 5V~1000V 수준까지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D램, 낸드, S램, SSD 등은 수출까지 가능한 단계로 올라 설 것이다. 실제로 이미징센서 등은 이미 한국기업들이 우주항공 분야에 수출 실적까지 있다.

다만 우주항공용 부품 수출 시 담당하는 기업 등이 얼마나 장기간 사업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주항공, 군사 등에서는 부품에 사용되는 원료나 소재 등의 생산지, 부품 생산→출하 경과, 시험 결과 등 신뢰성을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이를 증명할 수 있게 명단화(Certified Checkelist)하고 관련 에코시스템을 관리하느냐가 과제다."

- 큐알티의 소프트에러 검출 장비가 강점이 있다면.

"기존 소프트에러 검출 장비는 연구소마다, 대학교마다 있지만 범용성이 좋지 않다. 해당 기관, 기업에만 특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진행해야 하는 부품 평가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일례로 최근 미국 등으로 수출한 D램이 현지에 도착하면 망가지는 게 나온다는 발표가 나온적이 있다. 항공을 거쳐 높은 고도를 지나가다 보니, 높은 고도의 대기에 있는 중성자 입자가 부품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받은 부품에 불량이 있으면 좋을 리가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아예 생기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거나, 현지에서도 재평가를 실시하는 방법 정도가 있다. 큐알티의 소프트에러 검출 장비는 장비를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불량이 발생한 폐기분과 통과된 부품 간의 데이터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이 분야까지 인력을 투자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의 솔루션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프트에러 분석 분야는 여전히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큐알티에서 매해 ASSIC 컨퍼런스라고 하는 관련 행사를 준비해 7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기본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야 관련 인력이 나오고 있지만 대학 내 반도체학과 등에서 교과 과정으로 이를 가르치는 곳이 없다. 시스템반도체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관련 학과를 만들었는데, 정작 반도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없는 것이다.

큐알티는 경상북도, 포항공과대학교와 중성자 평가 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연말에 1차 사업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소프트에러 평가 기술 책을 1000부 가량 출판해 홍보할 예정이다. 관련 생태계 인력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분야는 큐알티가 사업성을 떠나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평가 분석을 비롯한 반도체산업은 저변 확대와 산업 내 전환이 크게 일어나야만 시너지가 발휘되는 만큼, 관련 생태계 형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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