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사이버 보안 연구소 [사진 : 백연식 기자]
중국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사이버 보안 연구소 [사진 : 백연식 기자]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음5G’로 불리는 5G 특화망(로컬 5G)이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 이음5G 장비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5G 특화망은 5G 융합서비스를 희망하는 사업자가 직접 5G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토지와 건물 등 특정구역 단위로 5G 주파수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통신사가 아닌 기업이 건물이나 공장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고 기지국을 구축해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5G 특화망 주파수로는 4.7㎓ 대역과 28㎓ 대역이 배정됐는데 이를 이중 연결, 즉 동시에 지원하는 NRDC(New Radio Dual Connectivity) 기술이 적용돼 사용된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CJ올리브네트웍스, KT MOS북부, 세종텔레콤, 위즈코어, 뉴젠스 등 9개 사업자가 이음 5G와 관련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5G특화망(이음5G) 주파수 지정은 해군, 한국전력, KT, 한국수자원공사, 유엔젤,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기업(관)이다. 

주파수 할당은 통신사업자가 기업·방문객 등 타인에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주파수 지정은 기관이 무선망 활용을 통한 자기 업무·R&D 등의 추진을 위해 주파수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첫 번째로 5G 특화망 주파수 할당과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완료한 네이버클라우드가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삼성전자의 5G 특화망 전용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SK네트웍스서비스와,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에릭슨LG 전용 장비를 선택했다. 에릭슨LG의 5G 특화망 전용 장비(EP5G)는 4.7㎓와 28㎓ 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5G 특화망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KT의 경우 노키아의 5G 특화망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의 가상 놀이기구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에는 에릭슨LG의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 정부실증사업에서도 화웨이의 장비는 배제돼 있다. 화웨이는 2021년 말 기준 중국 통신사 및 파트너들과 3000개 이상의 상용 5G투비(5G특화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의 공장 물류 자동 운반 시스템 [사진 : 한국 화웨이]
화웨이의 공장 물류 자동 운반 시스템 [사진 : 한국 화웨이]

이음 5G의 장점은 네트워크 구성의 유연성을 높여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용 5G 네트워크의 경우 사용자들이 주로 비디오 스트리밍, 웹 서핑 등의 작업을 한다는 것을 가정해두고 데이터 다운로드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공용 네트워크 용량의 대부분을 ‘다운링크’에 지정한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처럼 이음 5G를 활용하는 경우 로봇이 대량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지속적으로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업로드가 더 중요하다. 이때 ‘업링크’ 용량을 더 늘려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용 5G 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이음 5G의 경우 보안이 향상됐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국내에서 화웨이의 이음 5G 장비가 배제된 것은 미국발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과 보안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화웨이는 국제 보안 CC(Common Criteria) EAL4+인증을 획득했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백도어 논란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 ZTE 등 5개 중국 기업 신형 통신장비 판매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받은 자사 CC 인증은 스페인 정보국 산하 인증기관인 CCN(Centro Criptologico National)에서 최종 발급된 것이다. 화웨이 CC인증 평가가 진행된 DEKRA연구소(CC인증은 산하 E&E(에포체&에스프리)연구소에서 진행)는 9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3대 공인 평가기관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화웨이가 E&E연구소로부터 받은 CC인증은 기업이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어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도 “스페인의 민간 평가기관인 E&E연구소를 통해 진행 중인 화웨이의 CC인증은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보안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특정 국가(우리나라)에서 요구하는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화웨이가 취득했던 CC인증 레벨은 EAL4+로 MS(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받은 인증 수준이다. 화웨이의 노력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화웨이가 스스로 보안 수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는지 평가받는 인증이기 때문에 백도어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 명예회장)는 “CC인증을 받으려는 화웨이의 노력은 인정한다”면서도 “CC인증은 개발환경, 보안 기능(침투실험 포함) 등을 점검하는데 (화웨이가 받은) 인증이 백도어 등 보안 문제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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