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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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시장을 두고 토종 및 글로벌 OTT 업체들이 인수·합병(M&A), 기존 구독료의 ‘반값’에 가까운 새 요금제 출시, 국내 톱 배우들이 출연하는 K-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등을 선보이면서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CJ ENM 자회사인 티빙이 지난 1일 시즌(KT계열)을 흡수합병했고, 국내 OTT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중간에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구독료가 월 5500원(기존 9500원)인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슈퍼 루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를 열고 올해 말과 내년부터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선보일 13개 이상의 한국 작품들을 소개했다. 자금난에 매각설이 나온 토종 OTT 왓챠는 영화·드라마 중심의 기존 OTT에 구독료 추가 없이 웹툰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인터넷TV(IPTV) 3사 중 유일하게 OTT가 없었던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 가입자에 제공하던 5만여편의 키즈 교육 콘텐츠 ‘아이들나라’를 지난달 OTT로 재편해 새롭게 론칭했다. 국내 OTT 시장을 두고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지난 1일 티빙은 시즌을 최종 합병해 새롭게 출발한다. 빅데이터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OTT의 시장 점유율(올해 1~9월 평균 실사용자 기준)은 넷플릭스 38.2%, 웨이브 14.4%, 티빙 13.1%, 쿠팡플레이 11.8%, 디즈니플러스 5.6%, 시즌 5%다. 국내 3위였던 티빙이 시즌 이용자들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가정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18.1%(티빙 13.1%+시즌 5%)로 웨이브(14.4%)를 뛰어넘어 2위로 도약한다. 모바일인덱스의 10월 실사용자 조사 결과에서 티빙(430만명)은 시즌(124만명)을 합병하기 전인데도 웨이브(416만명)를 이미 앞섰다. 티빙은 기존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약 한달간 시즌을 더 유지하다가 오는 31일자로 완전 종료하기로 했다. 티빙은 이 기간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을 진행해 시즌 이용자들이 최대한 이탈하지 않고 티빙에 가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OTT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 기존 기본 구독료(월 9500원)보다 휠씬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나머지 OTT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 12국에 출시된 이 요금제는 가입자가 콘텐츠 재생 전과 중간에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구독료를 월 5500원만 내면 된다. 1시간 영상 콘텐츠 기준으로 4~5분짜리 광고를 봐야하지만, 이용자는 기존 기본 구독료보다 절반 가격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가입자 유지는 물론이고 신규 구독자 유치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5000원대 요금제가 국내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나 수익 면에서 성공할 경우 토종 OTT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출시 1주년이 지난 ‘슈퍼 루키’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말과 내년 안에만 K- 오리지널 콘텐츠를 13편 이상 공개하기로 선언하면서 오징어게임과 디피(D.P.), 지옥, 수리남 등의 K-콘텐츠 히트로 글로벌 OTT 1위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넷플릭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디즈니플러스는 마케팅이나 저렴한 요금제 대신 킬러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올해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는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픽사(Pixar), 루카스필름(Lucasfilm) 개봉 예정작과 디즈니 플러스 및 핫스타(Disney+ Hotstar)에서 공개될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등 50여개의 새로운 작품이 발표됐다. 

디즈니의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고 기대작은 단연 ‘카지노’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는 21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최민식에 이어 배우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이 출연한다.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2' 부대 행사로 열린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허성태(왼쪽부터), 이동휘, 강윤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2' 부대 행사로 열린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허성태(왼쪽부터), 이동휘, 강윤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및 국내 대형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Program Provider)인 CJ ENM의 OTT 티빙의 공세에 틈새 시장을 노린 키즈 교육 특화 OTT도 새롭게 시장에 나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OTT ‘아이들나라’를 새롭게 재편해 런칭했다. 아이들나라는 원래 지난 2017년부터 자사 IPTV 가입자에 제공되던 키즈 교육 콘텐츠 서비스였다. 누적 이용자 수가 61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어린이와 부모에게 인기를 끌었던 LG유플러스의 시그니처 서비스였다. 이를 LG유플러스는 월 구독료만 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OTT로 재탄생시켰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자사 IPTV 가입자들만 앱에 연동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월 구독료만 내면 누구날 볼 수 있는 완전한 OTT로 탈바꿈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OTT 아이들나라의 경우 2027년까지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토종 OTT 왓챠는 최근 자사 OTT에서 웹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가 추가 결제 없이 웹툰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기존 인기 웹툰은 물론, 유명 작가들의 신작까지 볼 수 있는데, 웹툰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드라마·영화 위주의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종합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왓챠는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왓챠에 투자를 검토,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왓챠 기업가치를 수백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신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금액은 조율 중이지만 이번 거래가 진행되면 LG유플러스가 왓챠의 대주주에 올라설 전망이다. 

2011년 설립한 왓챠는 영화 추천 서비스를 메인 서비스로 하다가 2016년 자체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선보였다. 올해 들어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투자유치가 지연되면서 왓챠는 지난달 박태훈 대표가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부에서 38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78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으로 4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338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실시간 방송과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 주문형 비디오(VOD) 등을 한번에 찾아 볼 수 있는 IPTV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OTT 아이들나라도 새롭게 론칭했다. OTT 등 미디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여러 OTT를 자사 IPTV 플랫폼으로 통합 서비스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콘텐츠 평점이나 추천 서비스 등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강점인 왓챠를 LG유플러스가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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