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확산 속에 공급망 테크 스타트업들 활동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D2C 확산 속에 공급망 테크 스타트업들 활동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도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파는, 이른바 D2C(direct-to-consumer) 전략을 강화하는 제조사들이 늘면서 이를 지원하는 공급망 테크(Supply-Chain Tech) 회사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를 보면 맨해튼 어소시에이츠, 블루욘더 등 공급망 테크를 주특기로 하는 회사들은 D2C 트렌드 확산 속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파는 제조사들이 유통 및 공급망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들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유통 및 제조사들을 상대로한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맨해튼 어소시에이츠는 새로운 기업 고객들이 개인 소비자들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기술 구축에 나서면서, 올해 들어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디 카펠 맨해튼 어소시에이츠 CEO는 "이전에는 결코 사업을 함꼐 하지 않았던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고객은 몇 년 전에만 해도 우리 솔루션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회사들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 그룹 자회사로 역시 공급망 관리 기술 업체인 블루욘더는 올해 들어서만 신규 고객들 100개 가량 추가했다.

D2C는 이제 나이키나 펩시코 같은 대형 브랜드들부터 신발 및 의류 브랜드인 올버즈(Allbirds), 홈피트니스 서비스 업체 펠로톤 인터랙티브 같은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중량감 있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D2C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이키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도매 매출이 감소한 것을 D2C를 통해 메우는 성과를 거뒀다.

5월로 끝난 2022년 회계연도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24% 정도가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같은 디지털 채널들을 통해 나왔다. 매튜 프렌드 나이키 CFO는 "보다 디지털적으로 연결된 나이키는 보다 가치 있는 나이키"라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식음료 회사들 사이에서도 D2C는 확산세다. 2020년 5월 펩시코는 2개 DTC 웹사이트인 스낵닷컴(Snacks.com)과 팬트리샵닷컴(PantryShop.com)을 선보였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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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들이 D2C를 하려면 물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에 유통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과 D2C를 위한 물류는 성격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WSJ은 "소비자들에게 파는 회사들은 운동화 수백 박스가 아니라 개별 출하물들에 대한 플로우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맨해튼 어소시에이츠, 블루욘더, 인포 같은 공급망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제조사들이 상품들 흐름과 재고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전했다. 

국내서도 D2C에 맞는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는 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재고 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박스히어로도 그중 하나다.

박스히어로에 따르면 기존 공급망은 ERP 기반이어서 큰 회사들 위주로 도입됐고 D2C를 커버하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작은 회사들 사이에선 재고 관리를 엑셀이나 수기로 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회사 관계자는 "도매나 온라인 스토어 하나만 하는 것이면 사실 엑셀로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하고, 도매도 하고 수출도 하고, 거기에 D2C까지 하는 것이면 재고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스히어로는 현재 국내외에서 2300여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 공급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들도 늘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코로나 19 상황 전만 해도 공급망 인프라는 디지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펜과 종이가 여전히 많이 사용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가 글로벌 공급망 구도를 흔들었고 이것은 공급망을 주특기로 하는 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대형 투자도 유치하는 계기가 됐다.

로드스마트(Loadsmart), 콘보이(Convoy)는 올해 각각 2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고 프로젝트44는 글로벌 물류 플랫폼으로 4억2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아마존은 물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위해 10억달러 규모 펀드를 선보였고 쇼핑몰 SaaS 분야 대표 업체인 쇼피파이는 최근 물류 플랫폼 회사인 딜리버( Deliverr)를 21억달러 규모에 인수하는 등 테크 업계에서 물류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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