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시작 시기를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계속  내고 있다.

우선 가상자산 기본 공제 한도에 대해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보면 가상자산 공제한도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5000만원까지 비과세가 아니라 기존과 동일한 250만원이기 때문이다. 과세 분류도 기타소득으로 현행과 같다.  

정부는 세제 발표에서 국내 거래소 중에서 법인 회원이 계좌로 거래 가능한 곳은 없는데도 내년부터 거래소에 법인 가상자산 양도·대여 거래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도 신설했다. 이에 거래소 등은 법인의 가상자산 양도·대여 거래 명세서를 분기 종료 후 2개월 내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 공제한도 5000만원 상향은 소득세법 개정 선행해야 가능"

업계에서는 줄곧 가상자산 과세를 주식시장과 동일한 금융투자소득으로, 공제액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으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했다. 

22일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는 "가상자산 양도소득 과세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한 세제개편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단, 기본 공제를 현행 250만원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한 공약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과 가상자산 과세가 현행처럼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소득세법 등 국회의 관련법 개정과정에서 이를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안에 공약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특별한 법령을 개정하지 않아도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가상자산 과세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를 변경하고 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은 소득세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 개편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과세가 시작되기 전까지 관련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발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인욱 세무사도 "소득세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김 교수와 의견을 함께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현제 세제개편안은 완성본이라기엔 내용이 부족하며 다른 부분은 정책적 과정에서 채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은 회계 기준과 소득세 기준 세무 기준이 달라서 회계법상 불일치가 부분이 있어 소득세법 개정이 쉽지 않다.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인지, 금융자산인지조차 아직 정의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에반젤리스트에 따르면 "가상자산이 (주식과 동일한) 금융자산이라면 자본시장법 제3조 금융투자상품 규정 등 관련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단서조항 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법 개정 없어도) 당장 가능한 과세 유예 방안을 먼저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보인다. 단, 가상자산은 유가증권 상장기업들과는 달리 설립자 주체도 불분명하고 거래도 글로벌하게 이뤄지는 등 특성이 달라 주식과 완전히 동일선상에 두고 규제하긴 어렵다. 그 때문에 규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여당에서는 가상자산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원내 부대표는 지난 3월 소득세법 62조의3 2항을 개정해 가상자산 소득 기본 공제 금액을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희용 의원 역시 지난 6월 비슷한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법인 가상자산 양도·대여 거래 명세서 제출 의무는 기관투자자  진입 허용 신호"

세제개편안에 법인의 가상자산 양도·대여 거래 명세서 제출 의무 신설은 금융당국이 그동안 가로막혀 있던 법인 고객의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신한은행이 지분 투자를 단행한 가상자산 수탁 업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가입한 일부 법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 계좌를 실험적으로 발급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김형중 교수는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러한 의무를 신설했다는 것은 정부에서 조만간 법인 등 기관투자자 시장 진입 허용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가 하반기에 새로 구성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야간의 정치적인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관련 법안 입법 및 국회 가결 등에 시간이 걸린다. 그 때문에 최 에반젤리스트는 실질적으로 기관투자자에 가상자산 시장 진출은 1년 이상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규모로 진입하고 있는만큼 국내의 기관투자자 진입 허용이 늦춰진 것은 안타깝다. 올해 국제결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거래 규모는 2년 전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해외에서 시장을 이미 선점해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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