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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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권이 양자컴퓨팅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팅의 높은 연산능력으로 금융 분야의 복잡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강력한 보안 기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금융경영브리프를 통해 양자기술의 금융서비스 적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령화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BBVA, 골드만삭스 등 다수의 글로벌 은행이 양자 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하는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양자컴퓨터가 금융에서 요구하는 복잡한 연산 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를 뜻한다.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 금융권에서는 실제로 양자컴퓨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3월 HSBC는 양자컴퓨팅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향후 3년 간 IBM과 협력할 것을 발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 씨티그룹, BNP파리바, BBVA, 일본 유초은행 등 11개 글로벌 금융회사가 양자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BBVA는 100개 이상의 변수를 고려하는 복잡한 포트폴리오 최적화 이슈에 대해 양자컴퓨터가 갖는 장점을 테스트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리스크 평가 등에 활용하는 기존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개선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JP모건은 도시바 등과 협력해 양자컴퓨터 기반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령화 수석연구원은 “향후 양자컴퓨터의 우월한 연산 능력과 보안 능력을 금융에 접목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국내 금융사도 이에 대한 참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컨설팅 전문기업 한국딜로이트그룹도 올해 2월 금융산업 특집호에 수록한 ‘2022년 은행 및 자본시장 전망’을 통해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그룹은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은행산업과 관련된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부정행위 탐지, 신용 평가, 파생 가격 책정, 심지어는 금융 붕괴 예측까지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그룹은 비록이 양자기술이 언제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예상보다 빨리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니 지금부터 은행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딜로이트그룹은 양자기술이 사이버 범죄자들이 은행 시스템 공격 시 사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양자 안전 암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영국 바클리 은행, 미국 씨티은행 및 웰스파고 등 일부 대형 은행에서 이미 연구개발(R&D) 팀을 꾸리고 양자기술 공급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보험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양자컴퓨팅 기술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험연구원은 양자기술이 금융 및 보험산업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 리스크 프로파일링 및 통합, 고객 타겟팅 및 상품추천, 사기 탐지 영역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연구원은 기존 컴퓨터의 한계와 비용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어려웠지만 양자컴퓨팅으로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바젤 III, 솔벤시 II와 같은 자본건전성 규제를 준수함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수행되는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금융사기 탐지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양자기술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SC제일은행은 SK텔레콤과 5G 양자보안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양자기술이 적용된 SK텔레콤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에서 생성하는 양자난수를 보안에 적용한 모바일뱅킹을 구현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점차 은행, 증권, 보험사, 카드사 등이 양자기술 적용을 모색하고 IT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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