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태광그룹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티캐스트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에게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격이 관건이다. 티캐스트는 자사 채널 10개 모두를 1000억~1500억원 수준에 SK브로드밴드에 매각을 원하고 있으나 SK브로드밴드는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개 채널이 아닌 채널 일부, 즉 부분 인수만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유료방송 및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티캐스트는 각각 인수 및 매각을 두고 협의 중인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료방송 업계 고위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 중인 티캐스트가 SK브로드밴드에 인수를 제안했고,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티캐스트가 SK브로드밴드에 인수를 제안한 것은 맞다. 다만 서로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매각 및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에 따라 10개 채널 모두가 아닌 일부 채널 인수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SK브로드밴드가 티캐스트를 인수하게 되면 자회사인 채널S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채널S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미디어에스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2021년 4월 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디어에스는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 임원 및 지상파 PD 출신인 김혁 대표가 맡고 있다.

다만, 인수 성공시 자회사 수직계열화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수직계열화는 한 제품에 대한 생산부터 판매까지 필요한 회사들을 계열사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현대제철(철강)-현대위아(부품)-모비스(생산라인)-현대카드(금융)-글로비스(물류선적)-현대자동차(제조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제작부터 판매 역할을 하는 회사들을 수직계열화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수직계열화는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공급 및 수요처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각 단계별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티캐스트는 원래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 티브로드의 자회사였다. 당시에는 합병 주체였던 SK브로드밴드 모회사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할 때 티캐스트까지 포함하는 것엔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영향으로 콘텐츠 사업이 부상하면서 SK브로드밴드는 채널S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티캐스트는 2009년 출범해 현재 10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자회사로는 E채널과 챔프비전이 있다. 티캐스트가 보유한 채널은 ▲E채널 ▲SCREEN ▲CH. now(FOX) ▲cineF ▲DRAMAcube ▲CH. ever(FOX life) ▲MX(FX) ▲FashionN ▲채널 뷰 ▲챔프TV 등이 있다.

티캐스트는 ㈜티알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티알앤의 경우 태광그룹 관련 인사들이 지분을 거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호진 51.83%, 이현준 39.36%, ㈜태광산업 3.32%, 기타 5.49%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티알앤은 지난 1991년 3월 27일에 설립돼 홈쇼핑 및 투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티캐스트의 경우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사업보고서 등을 확인할 수 없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만, 예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할 때보다 기업 가치가 올라간 것은 분명하다. 콘텐츠 사업이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고, 인건비 등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할 때  태광 측이 티캐스트도 SK브로드밴드에 넘기기를 원했다”며  “지금 와서 검토하면 가격 측면에서 손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티캐스트 인수 추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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