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컴퓨터식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주창하여 세계적 붐을 일으켰던 재닛 윙 교수가 얼마전 인터뷰에서 AI의 특징을 재밌게 표현했다.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결정론적 기계인 것과 달리, AI(인공지능) 시스템은 확률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가 0과 1 혹은 예, 아니오 같은 단정적 논리구조에 입각하여 결과를 산출하는데 비해, AI는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에 따라 알고리즘이 달라질 뿐 아니라 결과도 확률로 제공한다. 

 

데이터 시대에는 확률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 시대에는 확률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확률적이란 결과값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말이다. 강아지 사진을 인식한다면 AI는 '강아지일 확률이 75%, 고양이일 확률이 17% '라고 확률로 결과를 제공한다.

이에 비해 결정론에서는 초기값이 주어지면 결과값이 결정된다. 영화 ‘돈룩업'에서 6개월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도 결정론적 모델을 따르기 때문이다. 재닛 윙 교수는 데이터 시대를 앞두고 결정론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이 확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정론과 확률론, 두가지 사고법의 다른 점이 확연히 대비되었던 분야 중 하나가 온라인 광고다.

이용자가 제공한 개인정보를 분석해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결정론적 광고라면 확률적 광고는 이용자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대신 인터넷상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  이용자 특성과 선호도를 추정한다.

어떤 데이터가 활용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데이터 취득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확률적 모델이 사용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앞의 예처럼 초기값을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다. 이용자들로부터 정확한 개인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울 때, 확률적 방법으로 여러 데이터를 연계하여 개인의 특성을 추정한다.

두번째 경우는 초기값은 알지만 이를 분석하는 모델이 너무 복잡할 때이다. 일기예보는 온도 둥 수많은 변수의 초기값을 정확히 알더라도 내일 비가 올지 안올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쉽지만 컴퓨터의 경우 알고리즘으로 만들기 어려워 여전히 확률적 모델을 사용한다.

마지막은 여러 대안을 비교하는 경우다. 하나의 대안만 있다면 결정론적 분석이 가능하지만 대안이 여러 개면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확률에 의존해서 판단하게 된다.

자연세계든 인간사회든 결정론과 확률론이 공존해 왔다. 특히 인간사회는 변수가 너무 많아 확률론적 사고에 더 많이 의존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점을 치는 것이 대표적 예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시스템은 대부분 결정론을 기반으로 한다. 신분제도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출생이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산업사회는 법과 제도를 통해 결정론적 사회구조를 더 강화했다. 획일화된 대중사회를 만든 것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교육을 받을지, 성인이 되면 어떤 기본역량을 갖게 될지 미리 알고 있고 장년과 노년의 삶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데이터 시대는 결정론의 굴레를 벗어나 확률기반 사회를 가능케 한다.
데이터 시대는 결정론의 굴레를 벗어나 확률기반 사회를 가능케 한다.

 

데이터 시대는 이런 결정론의 굴레를 벗어나 확률기반 사회를 가능케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규칙기반 시스템을 상황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운전자의 행동을 실시간 분석, 보험료를 매기는 확률형 상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보험료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행동, 도로의 상태 등 다양한 변수를 계산해서 보험료를 계산한다.

정부도 교통신호의 운영방식을 규칙기반에서 상황기반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버스노선을 수요예측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꾸는 지능형 대중교통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확률기반 사회의 장점중 하나는 조직은 물론이고 개인의 의사결정 능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결정론적 모델이 보다 과학적이고 정확성이 높은 경우가 많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제약이 따른다.

이에 비해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든 데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정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일기예보가 오랜기간 정확성을 높여 왔듯이 사회 전반의 예측능력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다만 이런 확률기반사회의 장점은 오랜 기간 준비해야만 누릴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결과를 실제 사회 운영방식에 반영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우버의 확률형 서비스 모델은 혁신적인 것이었지만 아직도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적지 않다. 특히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이 확률기반 사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오히려 불편과 불만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재닛 윙 교수가 AI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확률적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위원.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위원.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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