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 [사진 : KT]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 방식으로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한 가운데, KT도 거버넌스 변화를 추진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계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버넌스에 재평가 논의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는 게 증권가의 의견이다.

증권업계는 KT에 대해서 애매한 상장자회사에 대한 상장폐지도 옵션 중 하나로 권고하는 모습이다. 또한 KT가 각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할하더라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 네트워크 자산 및 무형자산을 KT 에 존속시키고 ▲분할되는 자회사에는 서비스(판매, 운영)만 넘기는 방안도 제시된다. 즉, 주파수 확보 및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는 존속 KT가 수행하고, 각각의 서비스 자회사는 존속 KT 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 개발, 운영, 판매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KT는 현재 클라우드/IDC 사업부문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단독] KT, 디지코 핵심 클라우드·IDC 사업부문 분사한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물적분할 및 상장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비판한 ‘2022년 지주회사 전망’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기업이 물적분할을 할 경우 자회사 IPO(공개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인수권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자회사 분할 이후 상장은 모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적분할, 물적분할, 자회사 IPO 등의 옵션은 전적으로 모회사 주주가치를 높이는 목적으로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KT 기업가치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일단 KT 지배구조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경영진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CEO 선임 프로세스를 과거의 1단계에서 3단계(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로 확장하고, 경영 계약을 대표이사 회장 →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 CEO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사업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거나, 주주환원정책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T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서비스 매출액은 15.1조원, 영업이익은 0.87조원(2020년 기준)이다. 투자부동산은 8857억원(장부가 기준), 6.7조원(공시지가 기준)에 달한다. 종속 및 관계기업 투자 규모는 3.79조원이다. 회사가 성장사업으로 내세우는 인터넷TV(IPTV)와 기업간거래(B2B) AI/DX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7.7%, 11.8%에 달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사업별로 매출액만 따로 공시할 뿐, 영업이익 지표 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부 별로 분사해 100% 자회사 형태로 해당 사업에 대한 개별 재무제표가 작성되면 정확하게 KT 영업가치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KTis, KTcs, KT 서브마린, KT알파 등의 자회사에 대해 공개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방법을 활용해서 상장폐지 추진을 권고했다. 이들 자회사는 거래량, 시가총액, 시장의 관심도 관점에서 상장의 실익이 크지 않은 종목들이다. 상장 폐지를 통해 동시 상장에 따른 주주간 이해상충 이슈를 억제하고, 사업 제휴 · 매각 · 투자 · 배당 등의 여러 재무적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자료 : 유안타증권]
[자료 : 유안타증권]

KT는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한 포스코와 달리 금융계열사(비씨카드, 케이뱅크)를 소유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법적인 지주회사만 답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 전환은 지주비율이 50% 이상일 때 가능하다. 개별 총 자산 중에서 자회사 주식의 가치 비중이 50%를 넘어 가면 강제로 지주회사 전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KT 가 각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할하더라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 네트워크 자산 및 무형자산을 KT에 존속시키고 ▲분할되는 자회사에는 서비스(판매, 운영)만 넘기는 방안이 좋은 대안으로 거론된다.

즉, 주파수 확보 및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는 존속 KT가 수행하고, 각각의 서비스 자회사는 존속 KT 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 개발, 운영, 판매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KT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유형자산은 11.4조원, 무형자산은 1.9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 대비로는 43.7%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존속 KT는 네트워크 제공을 통한 서비스 수익, 100%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수취를 통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 배당, 자사주 소각,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등의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NFT, 전기차 충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등 다양한 성장 산업 진출 또한 가능하다. 또한 CJ ENM이 OTT 자회사 티빙에 바이아컴 CBS를 전략적 투자자 형태로 유치한 것처럼, KT의 미디어 부문에도 HBO 등의 다양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T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클라우드, IDC 사업을 물적분할 형태로 분사할 전망”이라며 “연평균 10% 성장, 국내 IDC 분야에서 점유율 40% 수준(1위)의 역량을 고려하면 분사 후 해당 사업부문의 기대 가치는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분사 후 IPO 옵션보다는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해당 사업의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적분할 후 IPO 제도 개선 시 모회사인 KT 주주에 대한 보상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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