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가 지난 달 31일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KT]
KT 구현모 대표가 지난 달 31일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KT]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3년의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31일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도 끌어올리고, 연임에도 나서려는 모습이다.

KT는 BC카드나 케이뱅크 등 금융 자회사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주회사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스튜디오지니, BC카드 등 중간지주사를 대신 활용해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T의 이같은 행보는 주가는 상승하는 분위기지만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로 묶어 냈고, 금융도 BC카드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 구조로 했다”라며 “사업 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규정에 따르면 산업자본·금융자본 분리를 위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현재 KT는 BC카드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각각 자회사(KT 지분율 69.54%), 손자회사(BC카드 지분율 34.0%)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를 포함한 금융 부문은 KT 전 사업 부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전환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해도 금융 자회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중간지주사 전환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지주형  회사로 전환에 대해 “(지주형 전환이) 되면 KT 주가도 상승할 여력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은 수년 전부터 KT가 검토해온 상황이고 국내 규제 환경, 방대한 KT 조직을 감안하면 규제 회피와 조직 슬림화를 기대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핵심사업 위주로의 사업구조 개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 KT의 본원적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호재"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취임 이후 금융 부문은 BC카드, 미디어 부문은 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계열사를 묶었고,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을 분할하는 등 주요 사업을 독립시켰다. 이 같은 작업을 가속해 핵심 사업인 ICT(정보통신기술)도 ▲유·무선 ▲AI(인공지능)·DX(디지털전환) ▲유통 등으로 분산 재편하고, 지배구조가 분명하게 정리될 경우 사업부문 가치도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KT는 10여년 전에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이동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유지보수 ▲컨버전스 ▲유통 등의 사업부문을 별로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 등을 계속 검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형) 회사 전환은 조직분리 및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사업부문별로 조직이 분리되면 사업자 회사간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자회사 별로 별도의 경영계획과 고용계약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효율적인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비롯됐던 각종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여기에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에 따라 조직이 분리될 경우, KT 핵심사업이자 주요 인프라인 유선 서비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KT 일부 직원들 입장에서는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KT는 이번달 클라우드/IDC 사업부문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는데, 직원들에게 분사 관련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KT에 대해 애매한 상장자회사에 대한 상장폐지도 옵션 중 하나로 권고하는 모습이다. KTis, KTcs, KT 서브마린, KT알파 등의 자회사에 대해 공개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방법을 활용해 상장폐지 추진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들 자회사는 거래량, 시가총액, 시장의 관심도 관점에서 상장의 실익이 크지 않은 종목들이다. 상장 폐지를 통해 동시 상장에 따른 주주간 이해상충 이슈를 억제하고, 사업 제휴 · 매각 · 투자 · 배당 등의 여러 재무적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또 KT가 각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할하더라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 네트워크 자산 및 무형자산을 KT에 존속시키고 ▲분할되는 자회사에는 서비스(판매, 운영)만 넘기는 방안도 제시된다. 즉, 주파수 확보 및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는 존속 KT가 수행하고, 각각의 서비스 자회사는 존속 KT 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 개발, 운영, 판매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지주회사 전환은 지주비율이 50% 이상일 때 가능하다. 개별 총 자산 중에서 자회사 주식의 가치 비중이 50%를 넘어 가면 강제로 지주회사 전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KT 가 각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할하더라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 네트워크 자산 및 무형자산을 KT에 존속시키고 ▲분할되는 자회사에는 서비스(판매, 운영)만 넘기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주파수 확보 및 네트워크설비투자비(CAPEX)는 존속 KT가 수행하고, 각각의 서비스 자회사는 존속 KT 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 개발, 운영, 판매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KT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유형자산은 11.4조원, 무형자산은 1.9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 대비로는 43.7%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존속 KT는 네트워크 제공을 통한 서비스 수익, 100%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수취를 통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 배당, 자사주 소각,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등의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NFT(대체 불가 토큰), 전기차 충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등 다양한 성장 산업 진출 또한 가능하다. 또한 CJ ENM이 OTT 자회사 티빙에 바이아컴 CBS를 전략적 투자자 형태로 유치한 것처럼, KT의 미디어 부문에도 HBO 등의 다양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한편 KT 노조는 사측에서 여전히 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과징금 75여억원, 네트워크장애로 인한 손실 330여억원 등의 손실을 입었지만 구 대표가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KT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여전히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패행위를 방지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비록 부적격 이사 선임이 저지되기는 했으나, 비위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부패의 고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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