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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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추현우·고성현 기자] 2020년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공유'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공유는 멈췄고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라는 과제와 함께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척박한 환경에 처했다.

그 돌파구가 바로 '플랫폼'이다. 

올해 주요 모빌리티 기업은 단순한 이동수단의 혁신에서 벗어나 수익모델과 규모의 경제를 결합한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따로 놀던 공유 킥보드, 가맹 택시, 승차공유 등 서비스가 한데 결합해 원-스톱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플랫폼을 이루는 핵심 기술로 배터리와 전기차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제 모빌리티 산업을 이루는 근간 기술로 배터리와 전기차(+전기 바이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게 됐다. 해외에서는 테슬라가 여전히 시장의 선두에 서 있으며, 현대차·기아 역시 아이오닉5와 EV6 출시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무한 경쟁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격이다.

◆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 서막…'규모의 경제' 총력

올 상반기 택시, 렌터카, 승차공유 등 각자의 영역에서 별도의 시장을 구축하던 모빌리티 시장 참여자들이 하반기에는 이동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토록 하는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택시 시장 확장이 막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장기화되자 수익성 제고는 물론 서비스 연계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 침체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굵직한 모회사를 둔 카카오 모빌리티와 티맵 모빌리티는 이미 통합 이동 서비스(MaaS)를 내세우며 시장에 먼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T는 택시, 대리운전 등을 중심으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해 왔다. 이밖에 바이크(전기 자전거), 시외버스·기차 예약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서비스 카카오내비도 카카오 T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주차장 운영 업체 GS파크24를 인수해 플랫폼 화의 발판을 더했다.

티맵모빌리티의 중심에는 내비게이션 티맵이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 티맵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공유 킥보드)를 빌려 탈 수 있도록 모바일 앱을 개편했다. 글로벌 승차 공유 기업 우버와 합작해 택시 호출 중개를 전담하는 우티(UT)도 티맵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티맵주차, 티맵 대중교통 등 다른 서비스(패밀리 앱)도 티맵 앱 내 별도 아이콘을 마련, 이를 누르면 해당 서비스로 이동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엔 티맵 상단에 '렌터카'를 추가하며 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셰어링(차량 공유)을 주력으로 하던 쏘카도 주차장 플랫폼 기업 모두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가세했다. 쏘카는 카셰어링을 넘어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선언하며 내년부터 라이드 헤일링(승차 공유), 차량 관리, 퍼스널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 자율주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덧붙여 갈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통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자 필요와 취향에 맞게 언제 어디서나 제공되는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단 목표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2022년은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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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 킥보드 업계, 혹독한 겨울나기 준비 중

지난 2020년 퍼스널 모빌리티(PM) 바람을 이끌면서 모빌리티 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던 공유 킥보드 업계는 올해 찬바람을 맞았다. 연령과 안전 기준 강화 등 킥보드 이용자와 업체가 적용받는 규제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용률과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 

공유 킥보드는 모바일 앱 이용에 친숙한 청소년 세대가 많이 활용하는데 운전면허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나이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운전면허증 의무화가 공유 킥보드 이용률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이용 시간이 분 단위로 짧은 공유 킥보드 역시 헬맷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점,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킥보드 견인 문제도 해결해 가야 할 과제다. 

게다가 겨울철 비수기를 맞아 11월부터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계절적 영향도 받고 있다. 공유 킥보드는 원래 추운 날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아 동절기에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3월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인다. 공유 킥보드 사업자인 씽씽(피유엠피), 킥고잉(올룰로), 지쿠터(지바이크), 라임, 빔 등 11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10월과 비교해 모두 떨어졌다. 

업계 일각에선 자성론도 나온다. 무리하게 운영 대수를 늘리거나 지역 확장을 추진하기보다 공유 킥보드 전반에 대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공유 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공유 킥보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스마트 모빌리티로 여겨졌다면 잦은 사고 등 문제로 교통 생태계 이해 관계자들에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규모에 상관없이 고정비가 들어가면서 인력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나라마(Vanarama)의 애플카 콘셉트 디자인 [사진: 바나라마]
바나라마(Vanarama)의 애플카 콘셉트 디자인 [사진: 바나라마]

◆ 자율주행·UAM 시장 주춤…애플카 가시적 성과 '0'

올해 초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자율주행과 비행택시(UAM) 시장은 다소 주춤했다. 구글 웨이모와 테슬라가 자율주행 서비스 대중화를 자신했지만, 결국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현재 자율주행차량들은 도심 시험주행 수준에 그친다. UAM 시장도 구체적 성과는 크지 않았다.

로보택시 서비스를 부르짖던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자율주행 사업부를 모두 매각했다. 리프트는 토요타에 팔았고 우버는 오로라(Aurora)라는 스타트업에 헐값에 넘겼다. 뉴로(Nuro)는 아예 승용 사업을 포기했다. 식료품, 피자, 택배 배달 같은 소형 화물 운송에만 매달린다.

불과 수년 전 빅테크 기업과 벤처투자사의 무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던 자율주행 업계가 올 들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가 교통 분야에 큰 타격을 주긴 했지만, 잠재되어 있던 근본적 한계가 최근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례로 '애플카' 군불을 때던 애플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내부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팀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타이탄은 잦은 인력 교체 등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와 폭스콘 등과 협상에도 실패해 위탁 생산 가능성도 낮춰진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첫 제품 출시 등 여전히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애플카지만, 올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의 자율주행 업계는 자율주행기술 확산을 막고 있는 문제점이 크게 3가지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술적 한계, 비용, 그리고 규제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에는 여전히 기술적 장벽이 높고, 경쟁 서비스에 비해 경제성도 높지 않다. 결정적으로 규제 문제도 자율주행 산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테슬라]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테슬라]

◆ 글로벌 자동차 업계,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 올-인

반면, 글로벌 전기차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시장 선두업체는 단연 테슬라다. 최근 주가 하락에 주춤하긴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 10월 주가가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자동차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4번째 1조달러짜리 기업이다.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 100만대 출고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율주행기능인 FSD 기능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으며, 4680 배터리와 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으로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우위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가동으로 양산 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타도 테슬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체의 약진도 시장의 활력을 더했다.

GM과 포드는 오는 2030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임을 공언했다. 독자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저가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차량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GM과 포드는 올해 전기차 신제품 출시보다 배터리 공장 증설 등 인프라 확보에 투자했다. 내년부터 GMC 허머 EV, 포드 F-150 라이트닝 북미 시장에 특화된 전기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BMW, 스탤란티스도 꾸준히 소형 전기차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GM과 포드처럼 2025년 대대적인 전기차 전환을 대비해 배터리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과 '루시드'는 포드나 GM보다 먼저 올해 신차를 출시하면서 앞서나갔다. 양사 모두 올해 11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상종가를 기록했다. 특히 리비안은 올해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SUV R1S 양산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리비안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전기차 생산량 100만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시드 역시 스팩(SPAC) 상장 이후 나스닥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양산 개시는 테슬라와 리비안에 이어 루시드가 3번째다. 2022년 말까지 약 2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토요타가 2030년까지 총 30종의 신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 토요타]
토요타가 2030년까지 총 30종의 신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 토요타]

◆ 토요타, 전기차로 유턴…현대차·기아 한 발 먼저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 역시 대세를 거스르지 않았다.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함께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고집하던 기존 관행에서 배터리 기반 전기차(BEV) 중심으로 선회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벗어나 늦게 출발했지만, 더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30종의 토요타 및 렉서스 브랜드의 배터리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더불어 앞으로 10년간 배터리 분야 투자를 2조엔(약 20조835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 전고체 배터리 같은 미래지향적 배터리보다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저렴하고 생산성 높은 차량용 배터리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현대자동차그룹과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코로나19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현대차는 올해 1~11월 누적 내수 판매량은 66만726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줄었다. 기아도 48만7227대를 기록하며 5.1% 감소했다.

다만 올해 본격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가 불안정한 실적을 일부 선방해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직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차량의 판매 비중이 높은 상황이지만, 아이오닉5가 6월 이후 5연속 최다판매 모델이 되는 등 전기차 수요가 지속해서 오르는 모습이다.

해외 수출 전망도 높다. 지난 10월에는 전기차 역대 최고 수출대수인 1만6718대를 판매했다. 해당 월 전기차·수소차 수출금액은 약 6억1000만달러(약 7230억원)를 기록하며 친환경차 중 가장 높은 금액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전기차가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전망이다.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사진: 현대차]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사진: 현대차]

◆ 2022년 국내 전기차 시장 신치 경쟁↑ 보조금도 관건

올해 2021년은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출시로 전용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면, 내년인 2022년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다양한 신차 출시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아이오닉5보다 상위 모델인 고급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코나EV 2022년형, 캐스퍼급 경형 전기차, 스타리아를 베이스로 한 전기 미니밴도 출시한다. 기아 역시 같은 시기 신형 니로 전기차와 EV6 GT 등 고성능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한국GM도 새로운 전기차를 국내 시장에 투입한다. 배터리 결함으로 출시가 지연된 신형 볼트EV와 볼트 EUV가 내년 상반기 등장할 전망이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도 1분기 코란도 이모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혔다.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3사 역시 승용 디젤 차량을 대체할 신형 전기차 모델을 다수 선보인다. 벤츠는 체급별로 더 뉴 EQE와 EQS, EQB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QE는 인기 중형세단 E클래스 급에 최대주행거리 660km를 확보해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BMW는 지난 11월 iX에 이어 전기 쿠페 'i4'를 내년 1분기 출시한다. 폭스바겐도 상반기 전기CUV ID.4를 국내시장에 출시한다.

내년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관건은 전기차 보조금 지침이다. 환경부는 내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을 통해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기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완성차기업들의 일부 차종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최저가는 각각 4695만원, 4630만원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제네시스 GV60와 기아 EV6 일부 트림은 5500만원을 넘어 절반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 기본 출고가가 높은 테슬라, 벤츠 등 수입차량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옵션 조정 등을 보조금 개정 지침 대응책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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