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인피니티. [사진: 셔터스톡]
엑시인피니티.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암호화폐 대한 메이저 게임 업체들의 스탠스가 180도 달라졌다.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암호화폐 일종인 대체불가토큰(NFT)과 연결하고, 게임을 하면 보상을 주는 플레이 투 언(Play-to-earn: P2E)을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내놓는 기존 게임 업체들도 부쩍 늘었다.

국내 게임 업체들이 특히 그렇다.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진 위메이드 외에 최근에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 중량금 게임 회사들도 NFT와 P2E에 투자를 강화하고 나섰다. 의미 있는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NFT와 P2E가 게임판에서 갖는 존재감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베트남 업체 스카이 마비스가 개발한 이더리움 게임 엑시 인피니티가 올해 보여준 인상적인 성적표도 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게임 업체들 스탠스 변화에 나름 영향을 미쳤지 싶다. [관련기사]3년 된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의 뒤늦은 돌풍...왜? 

시장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엑시 인피니티 하루 활성 사용자수는 200만명 규모다. 특정 캐릭터는 81만966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엑시 인피니티에서 쓰이는 토큰 중 하나인 AXS 시가총액은 38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엑시 인피니티는 다양한 힘을 가진  엑시(Axies)를 사용해 다른 사용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엑시는 NFT에 기반한다. 게이머들은 엑시로 다른 사용자들과 전투을 벌여 이기면 토큰을 벌 수 있다. 이들 토큰은 향후  판매가 가능하다. 사용자들이 NFT를 팔면  스카이 마비스는 판매 금액에서 4.2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사용자들이 엑시를 얻으려면 거래소에서 사거나 갖고 있는 엑시를 키워야 한다.

엑시 인피니티는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AXS 토큰 외에 SLP(smooth love potion) 토큰도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이기면 SLP를 벌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엑시를 육성하려면 SLP와 AXS 토큰 모두 필요하다.  엑시는 향후  팔거나 다시 육성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가 보여준 성장은 블록체인 게임이 갖는 사용성 제약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암호화폐 기반 게임은 기존 게임과 비교하면 불편하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게임을 하려면 지갑부터 만들고 이더리움으로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AXS 토큰을 사야 한다. 프로토콜 보도를 보면 여기에만 1000달러 상당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게임 업체들 입장에선 게임내 콘텐츠를 NFT 기반으로 구현하면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중앙화된 게임의 경우 아이템 발행과 관리는 게임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게임 아이템을 NFT화하면 통제권은 사용자로 넘어간다. 기존 기존 게임 업체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2년여 전 스타트업들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프로젝트들이 확산됐을 때 유력 게임 업체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나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좀 바뀐 듯 하다. 해외의 경우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VC)들이 NFT와 P2E를 활용한 게임이 갖는 잠재력을 주목하고 나섰다. 엑시 인피니티 외에도 P2E와 NFT를 주특기로하는  블록체인 게임 스타트업들이 VC들로부터 속속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P2E 기반 블록체인 게임은 금융 서비스로서의 성격도 갖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필리핀의 경우 여러 매장들에서 엑시 인피니티 SLP 토큰을 활용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스카이 마비스에 따르면 엑시 인피니티 사용자들 중 절반은 예전에는 암호화폐를 쓰지 않았던 이들이다.  25%는 은행 계좌도 없었다. 알렉산더 라르센 스카이 마비스 공동 창업자는 "엑시 인피니티에 들어온 사용자들은 첫 계좌를 얻었을 뿐 아니라 첫 지갑도 가졌다"면서 "결국 엑시 인피니티는 넓은 금융 생태계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자산을 실실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P2E가 새로운 건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 뿐만 아니라 기존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미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 P2E가 관심을 끄는 건 금융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코인펀드의 데이비드 팩맨 매니징 파트너는 "심리적인 기법들을 사용해 플레이어들을 묶어두는 관심 기반 기존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 모델과 달리 엑시 인피니티는 플레이를 하면 암호화페를 인센티브로 준다. 암호화폐는 실시간으로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일부 사용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에서 특히 그렇다. 엑시 인피니티 사용자 중 40%가 몰려 있는 필리핀에선 게임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프로토콜은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많게는 시간당 2000달러까지 번다는 후문이다. 라르센 파트너는 "물론 돈을 버는게 전부는 아니다. 커뮤니티에 연결하거나 자신들 디지털 정체성 일부로 보고  엑시 인피니티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게임을 하는걸 좋아한다"고 전했다.

엑시 인피니티는 블록체인 게임이 갖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게임 계정과 암호화폐 지갑을 분리하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른바 스칼라십(scholarships)이다. 스칼라십을 통해 사용자들은 엑시를 빌려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엑시를 빌려준 사용자는 빌려간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에서 30~40%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P2E 모델에서 금융 파워는 점점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프로토콜은 "대출, 지분, 신용 모델들도 나오고 있다. 계정을 빌려주고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은 전통적인 게임들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많지만 블록체인 기반 NFT와 P2E 모델이 게임판에서 주류로 올라설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사기 등 리스크도 적지 않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라 게임내에서 이뤄지는 거래르 통제하기가 어렵다. 환불이나 지불 거절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런 가운데 가짜 엑시 인피니티 앱들이나 피싱 사기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라르센 파트너는 "플레이어는 높은 보상이라는 가능성과 함께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자체가 갖는 재미보다 금융적인 기회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걸림돌일 수 있다. 기존 게임이나 블록체인 게임이나 게임성이 성패를 좌우하는 건 마찬가지다. 금융이 게임성을 한계를 커버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P2E와 NFT는 향후 규제 이슈에도 직면할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만 해도 이미 탈중앙화거래소(DEX)를 내놓데 이어 NFT를 담보로한 대출 서비스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 아래 가상자산사업자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이미 나오고 있다. 이건 상장돼 있는 게임 회사들 입장에서 더욱 부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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