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저온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개발하고  OLED 디스플레이 적용에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00℃ 이하 공정온도에서도 픽셀 크기가 3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만들 수 있는 포토레지스트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또 이 소재를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디스플레이는 빛을 받으면 화학적 특성이 달라지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감광액)라는 소재의 얇은 막에 세밀한 픽셀을 형성해 만든다. 

포토레지스트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핵심 소재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그간 주로 수입 제품에 의존해왔다.

ETRI는 지난 2019년부터 일본발 수출규제가 시작된 뒤 'ICT 소재·부품·장비 자립 및 도전기술 개발' 과제와 '저온 경화 및 고해상도 컬러 포토레지스트 소재 개발'과제 등을 수행하며 기술 자립에 나섰다.

지금까지 포토레지스트는 높은 온도에서 공정을 진행해왔다. 기존 LCD는 구조상 유리막이 있어 고온 공정에 문제가 없었지만, OLED는 고온에서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이로 인해 낮은 온도에서도 공정이 가능한 소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우선 과제 참여기관인 SKC 하이테크앤마케팅과 동진쎄미켐에서는 포토레지스트의 핵심원료인 안료를 국산화하고, 이를 적절히 배합해 낮은 온도에서도 색이 균일하게 도포될 수 있는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만들었다. ETRI는 개발된 소재가 국내 경쟁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TRI는 개발된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국내 최초로 OLED에 적용했다. 연구진이 만든 시제품은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한 0.7인치 크기의 마이크로디스플레이로, 이 디스플레이의 한 픽셀 당 크기는 3μm 이하로 1인치당 2300개 픽셀을 밀집해 초고해상도 패널을 제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16년부터 증강현실(AR) 구현을 위한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본 시제품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ETRI는 이외에도 개발된 소재의 성능을 평가하거나 세계적인 학술대회와 전시회 출품도 지원했으며, 검증 완료 후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 공급하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 본 소재를 적용해 저온 OLED 포토레지스트 상용화의 첫 사례가 됐다.

연구를 주도한 ETRI 조남성 책임연구원은 "정부와 기업, 국책연구소가 함께 국가 과제를 통해 원천 소재 국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본 성과가 소부장 자립은 물론,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산업 종주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ETRI는 1인치당 픽셀이 3000개가 들어갈 정도로 더욱 높은 해상도를 지닌 패널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된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을 관련 기업에 이전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