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사진=연합]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사진: 연합]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빠르게 백신을 확보·접종할 경우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백신 접종이 지연될 경우 하반기 경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공개한 2021년 2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글로벌 경기회복 향방’을 주요 현안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주요 백신 업체 8개사를 기준으로 올해 코로나19 백신이 80억회분 생상될 수 있으며 최대 130억회분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세계 인구 약 78억명의 0.5~0.9배(2회 접종 기준) 수준이며 선진국이 선계약으로 필요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선진국, 신흥국 간 불균형이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백신에 대한 우려, 접종 인프라 문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의 변수도 분석했다. 한은은 선진국의 경우 올해 연말 집단면역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신흥국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내용만 보면 이것이 보건복지부나 의료기관이 작성한 것인지 금융기관인 한은이 작성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한은이 이같은 분석을 한 것은 백신 접종이 경제, 금융 부문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백신을 우선 접종했던 선진국들의 경우 올해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가 늘고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백신보급 및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선진국의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내년에는 신흥국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백신공급 및 변이 발생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은만이 아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기관들도 백신 접종 상황을 올해 경제 주요 변수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와 글로벌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는 각각 코로나19 백신 배포 차질을 2021년 10대 위험 중 하나로 꼽았다.

증권중개업체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2021년 5가지 위험 요진 중 하나로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지적했다. 또 도이치뱅크 역시 백신 생산 및 배포 지연을 올해 두 가지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선정했다. S&P도 2021년 4대 은행권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올해 중반까지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 실패를 지적했다. 포브스는 올해 10대 경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 확산을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서구 국가들에서 백신의 조달과 유통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7월까지 광범위한 접종을 하지 못할 경우 소비와 서비스업 회복이 요원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여름까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진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지연돼 예상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실망감으로 오히려 올해 하반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 상황이 한국 경제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경제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의 상향조정, 하향조정이 코로나19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효과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상향될 수 있겠지만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효과를 제약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예측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3% 달성 여부가 백신 접종 상황에 달린 것이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소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측했는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진전을 보일 경우 3.6%까지 성장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전파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0.2%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접종 상황에 대해서 예의주시하며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백신을 얼마나 많이 또 빨리 접종할지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집단면역에 도달할지 여부가 올해 경제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며 “다들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더 많은 백신을 빨리 확보할 경우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으며 반대로 차질이 생길 경우 집단면역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경제, 금융 등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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