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은행권에선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타 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 셔터스톡] 
금융당국이 은행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신한은행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을 내놓기로 한 이유는 뭘까? 매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다. 매출 데이터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신한은행의 행보를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시선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출시 시기를 올 7월로 잡고 최근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으면서 은행의 부수업무 제한(은행법 제27조의2)에 대한 규제 특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소상공인들은 공공앱 수준의 저렴한 플랫폼 수수료를 낼 수 있고 빠른 정산을 통해 매출대금을 신속히 지급받게 된다.

신한은행은 플랫폼에서 얻은 매출 데이터를 활용해 새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플랫폼은 앞서 금융당국이 내놨던 규제 개선 계획의 첫 사례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지난 12월 10일 열린 제5차 디지털금융협의회에서 은행들도 플랫폼 기반의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공언으로 은행들이 음식 주문중개 외에도 부동산서비스·쇼핑 등 여러 플랫폼 사업을 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스타트업 업계에선 신한은행의 이런 행보가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스타트업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타 플랫폼 사업을 은행업의 부수업무로 포함시키는 게 옳은 판단이냐는 의견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들이 경쟁자로 들어서면 마케팅 비용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며 "기존에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스타트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취지가 혁신성과 시장성을 갖췄지만 규제에 막혀 시장 출시가 어려운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 아니냐"며 "은행의 배달업이 어떤 경위로 혁신성을 인정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업계의 우려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배달사업은 앞선 혁신금융심사위원회 회의에서 찬반이 갈리는 사안이었다. 다만 플랫폼의 가맹점주 편의성과 금융과 산업 간 융합 등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앞서 심사를 통과했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음식주문 중개로 모은 데이터를 대출상품 개발에 활용하려는 것이어서 넓게 보면 이 서비스는 은행업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있었다"며 "비슷한 사례들이 많아지면 스타트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통과시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이번을 기회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시장 변화를 반영해보자는 취지가 컸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해외사례 등을 검토해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 범위와 방식 등을 특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로 은행의 플랫폼 사업 영위 사례가 늘어날 예정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금융연구원에 발주한 관련 연구용역이 지난해 말 끝났고 현재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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