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서비스에 증권사가 합류한 데 이어 상반기 저축은행의 참가가 예고되면서 은행들이 고객 굳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지는 오픈뱅킹 이용기관이 이용 가능한 API 서비스. [이미지: 금융결제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은행권이 오픈뱅킹 주고객 사수를 위해 연초부터 총력전을 돌입했다. 최근 증권사 등 신규 업권이 오픈뱅킹에 추가로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참가기관 합류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은행들의 긴장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오픈뱅킹이란 각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고객 계좌정보가 다른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에 개방되는 정책이다. 고객이 선택한 앱 1개만으로 모든 금융사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오픈뱅킹 가입자 수는 5894만명, 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API) 이용건수는 24억4000만건으로 집계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최근 앱 개편과 경품 행사 등 오픈뱅킹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보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 13곳과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 5곳, 우체국이 지난달 22일 오픈뱅킹 서비스에 나서면서 자사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방어 태세를 취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0월 시중은행 10곳을 중심으로 초기 진영을 갖춘 오픈뱅킹 시장은 그해 12월 핀테크 31곳과 은행 6곳의 참여를 추가로 허용하는 등 이용자 수요가 있는 곳들에 한해 신규 업권을 들여 왔다. 시장에 조기 진입한 은행들로선 새 금융사가 진입할 때마다 그 시기를 전후해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펴는 전략들은 앱 디자인 개편부터 경품을 앞세운 행사까지 다양하다. 

4일 케이뱅크는 첫 화면에서 자사를 비롯해 오픈뱅킹으로 등록된 모든 금융사 계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개선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우리원뱅킹 첫 화면에서 타행 계좌를 파악할 수 있게 개편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에서 오픈뱅킹에 최초 가입한 고객에 커피 쿠폰을 주는 행사를 이달 31일까지 진행한다. 경남은행도 오는 2월 말까지 신규 가입자에 최대 5만원까지 지급하는 행사를 연다. 앞서 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이 첫 타행계좌 등록자 50여명에 현금 100만원씩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올 3월 저축은행까지 참가기관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만큼 은행들의 오픈뱅킹 고도화 작업과 경품 마케팅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와 비과세 등의 장점이 부각되는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과 고가 경품 등 관련 행사를 1년에도 수차례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향후에도 친구 추천·별점 매기기 등 행사를 꾸준히 열 계획이다. 앱 개편과 행사 진행을 통해 신규 고객들을 끌어오고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것의 장기적인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은행권의 행보는 소비자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시중은행들이 오픈뱅킹 관련해 새 금융사 도입 때마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기득권 보호 차원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소비자들은 앱 이용 편의 증대와 관련 행사 증가 등으로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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