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2월 30일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디지털투데이 김양하 기자] 2021년 삼성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그룹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그룹 전체를 뒤덮고 있다.

 삼성에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엄청난 인재들이 많고,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구축된 탄탄한 시스템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없다고 해서 당장 삼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살펴보면 반도체 경기는 잠시 주춤하지만, 공급 물량을 조절하면서 대응할 예정이고, 초호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도 1위를 달리는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추격이 진행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단말기, 네트워크) 부문은 5G의 활성화, 화웨이 제재 그리고 반중국 정서에 대한 반사효과도 이어지고,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서는 힘든 상황이지만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계륵이었던 가전까지 코로나사태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은 세웠는데 올해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D램에서 삼성이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부문을 인텔에서 인수하며 취약부문을 보강했다.  새해에는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인텔도 CPU에 더 집중하겠지만 하이브리드 형태의 새 제품이 출시되어 기존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스마트폰도 애플의 저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며 화웨이의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 단말기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거세다. 통신장비는 에릭슨, 노키아와 혈투를 벌이고 있고, 디스플레이 가전 부문도 LG전자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번 판단을 잘못하면 한동안 만회하기 힘든 치열한 시기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이재용 부회장은 새해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가장 먼저 오는 18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어떤 형량이 확정될지 알 수 없다.

 다행히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또 다른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불법 승계 의혹 등으로 불구속기소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물론 앞으로 몇 년동안 재판을 받아야 한다.

 11조에 달하는 상속세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여기에 연말 통과한 공정경제3법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을 해야 하는데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의 통과도 지켜봐야 한다.

  올해 1분기 보험업법개정안이 현재 논의되는 수준으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밖에 가질 수 없다. 지분가치 평가 기준이 취득가에서 시장가로 바뀌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20조 원가량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을 2개로 나누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삼성생명 주주들이 반발하고,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돼야 하기 때문에 역시 어려움이 많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한 SK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전기차 관련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고, LG그룹은 마그나와 전기차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만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사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에는 뛰어난 전문경영인들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총수 부재중에 대기업의 실적이 더 좋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한 이건희 회장의 결단이 있어서 성공했고, 세계 1위 K배터리는 구본무 회장의 뚝심이 그리고 무너져가던 하이닉스가 다시 우뚝 선 것은 최태원 회장의 모험이 있어서 가능했다.   

 외국의 경우도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으로 사기 논란을 딛고 전기차 시장을 열었으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으로 혁명을 이루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을 살펴보면 전문경영인들의 한계가 분명히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열렸던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음)를 이뤄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하는 시장에서 삼성이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은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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