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입구 일대 거리와 은행 창구. [사진: 고정훈 기자]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아직 고객들 중에는 대출같은 업무를 지점에 방문해 처리하는걸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아 한동안 붐비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해 단축영업이 올해 첫 시행이 아니어서 대부분 이해해주셨고, 혼선도 적었습니다." 

최근 영업점 모습에 대해 한 영업점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은행 단축근무 영업이 시작한지 1주일째 서울 시내의 위치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3차 코로나19 유행으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기존 영업시간 대비 1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말은 각종 결산, 정산 등으로 창구가 혼잡한 기간으로 꼽힌다. 이에 은행들은 혼선도를 줄이기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영업점을 방문할 수 있는 방문예약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다. 인터넷 또는 앱 등을 통해 해당 지점에 혼잡도를 알려주고, 다른 지점으로 예약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또 은행들은 혼잡시간대에는 대기시간에 태블릿PC로 관련 업무 서류 작성을 돕고 있다. 고객이 창구에 가면 작성한 내용이 화면에 반영돼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는 은행 지점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서울 중구 일대 은행에서는 대기 인원이 적어 따로 태블릿PC를 운용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실제 영업점에서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규 대출 상담을 받는 몇몇 고객들만 눈에 띄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막차'를 타기 위해 대출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외에도 모아둔 동전을 지폐나 계좌로 입금하는 등 비대면으로는 업무가 불가능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내점한 고객들도 있었다. 

이처럼 혼선이 적은 이유는 대부분 거래가 비대면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업점에서 가능한 거래 대부분은 이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옮겨졌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0'에 따르면 30~50대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직장인 중 48%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입할 때도 42.7%가 비대면 방식을 선호했다. 

상품 가입 후에는 비대면 비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63.3%)과 투자상품(52.3%) 관리할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비대면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업무처리절차 간결·신속' 등의 이유에서다. 다음 이유로는 '24시간 365일 업무 가능'이 꼽혔다. 이런 까닭에 은행을 찾는 고객수는 약 830만명으로 1년 전(약 986만명)에 비해 약 16% 감소했다. 

또 다른 영업점 직원은 "대출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찾아오거나 유선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이미 대출도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필요한 서류 제출도 오히려 간편해지면서 이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관련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영업점 축소로 금융소외계층의 어려움이 없도록 혁신점포 활용 등 시범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디지택트 브랜치(왼쪽), KB국민은행 STM. [사진: 고정훈 기자]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소형점포 및 무인화점포 등 다양한 채널에 디지택트 브랜치를 확대하고, 가능 업무도 점차 늘릴 예정이다. 디지택트 브랜치는 고객이 화상상담 창구에서 화상상담 전문 직원과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이다. 화상상담 부스 내에서는 대형스크린과 화상상담용카메라, 키패드, 신분증 및 인감스캐너 등이 있어 은행 직원과 대면하는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KB국민은행도 고객 스스로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한 STM(Smart Teller Machine),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등의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배치한 상태다. 대출 업무를 제외한 신규발급 등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며, 오후 7시까지 상담이 가능해 단축영업 기간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 하나은행도 국민은행과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 STM을 운영 중이다. 다만 화상상담은 현재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객 스스로 스마트 키오스크를 활용해 각종 신규업무와 변경 신청 등을 지원하는 디지털 금융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축영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비대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시범 운영 후 반응에 따라 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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