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화면은 원신의 강점 중 하나다[사진:원신 게임화면 캡쳐]
카툰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화면은 원신의 강점 중 하나다[사진:원신 게임화면 캡쳐]

[디지털투데이 전지수 기자] 지난달 출시된 ‘원신’이 중국산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고 있다. 추석 이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가 급등하더니 최근에는 게임 부문 최고 매출 3~5권에 안착했다. 모바일 게임 순위 1, 2위를 틀어쥐고 있는 리니지 형제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인기 속에 개발사인 미호요는 원신 출시 12일 만에 개발비 1147억원 가량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중국산 게임 IP라는 평가를 받는 원신이지만 출발이 그렇게 좋은건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출시되자마자 원신 PC 버전에 동봉된 ‘mhyprot2.Sys’라는 커널(kernel) 프로그램이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백그라운드에서 구동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게임을 삭제해도 지워지지 않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개발사가 게임에 ‘백도어(back door)’를 심어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쏟아졌다.

개발사 미호요는 공식 카페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은 악성 사용자가 게임을 분석하거나 해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있는 안티 치트(anti-cheat)”라며 “안티 치트는 시스템 정보 읽기에만 사용될 뿐 개인 정보를 포함한 정보에 대한 처리·저장·업로드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보안 논란 등 중국발 보안 관련 이슈가 IT업계에 여러 차례 등장한 데다 모바일 버전 원신에서 과도한 권한을 요구하다 보니 유저들 사이에서 막연한 공포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악재는 계속됐다. 원신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와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에도 휘말렸다. 젤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게임 역사에서 신기원을 연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신은 아트(필드 배경), 글라이딩과 암벽 등반 등 캐릭터 움직임,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 (몬스터), 지형지물에 퍼즐요소까지 젤다를 차용 내지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순탄치 않은 출발에도 원신을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22명, 다양한 원소 반응, 액션을 강조한 게임성 등이 꼽힌다. 다수 유저들이 "젤다를 베낀 것치고도 퀄리티가 꽤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유저들은 원신이 가진 강점으로 젤다에 없는 ‘사용자 경험(UX)’을 꼽는다. 특히 생생한 한글 더빙이 국내 유저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젤다는 글로벌 게임을 표방하다 보니 각국 상황에 맞는 음성 지원이 없었던 데 반해, 미호요는 원신에서 풀 보이스 더빙에 13개국 언어를 지원하도록 하는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한 유저는 “원신이 제공하는 한국어 더빙 수준은 최상급이다. 기존 대형 콘솔 게임이 한글 번역조차 미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길만한 점”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넘어 콘솔, 모바일, PC를 아우른 멀티 플랫폼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원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드는 요소로 꼽힌다.

원신이 PC와 콘솔 버전으로 동시에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미호요는 실제 알려진 매출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래픽 수준도 빼놓을 수 없다. 카툰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원신 그래픽 화면은 PC온라인 게임에도 밀릴 게 없다는 평이다.

원신은 스마트폰엔 쉽게 담기 힘들다고 알려진 오픈월드 RPG(역할수행게임)의 한계도 상당 부분 뛰어넘었다. 지금까지 6인치 모바일 화면에 오픈월드 필드를 담는 것은 개발 부문에서 커다란 도전이었는데, 원신에서 유저들은 작은 화면에서도 자유롭게 필드를 누비며 아이템을 수집하고,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원신은 유명 지식재산권(IP)이나 자동 콘텐츠를 탑재하지 않고도 높은 게임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유명 지식재산(IP)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게임 업계에 나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중 글로벌 전역에서 성공한 게임은 서머너즈 워, 배틀그라운드 외 많지 않다. 이 말은 곧 국내 IP에 글로벌 유저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말과 같다"면서 “국내 게임시장은 흥행 IP를 재탕하는 사골화 경향이 짙어졌다. 국내 게임업계는 그간 미진했던 스토리에 관한 관심과 투자부터 시작해 신규IP 기획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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