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범용 장애인 ATM.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범용 장애인 현금자동화입출기(ATM) 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잦은 고장으로 인해 여전히 장애인들이 ATM을 사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치 후 유지·보수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체국을 제외한 전국 ATM는 총 11만5563대로 집계됐다. 이중 시각, 지체 장애인 지원 기능을 모두 갖춘 범용 장애인 ATM은 5만4992대로 전체의 47.6%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장애인 차별 금지법’ 도입 이후 장애인을 위한 ATM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장애인이 주위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들 ATM이 장애인이 사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막상 사용하려고 해도 불편함이 있거나, 일부 기능이 고장나 있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범용 장애인 ATM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점포마다 1대씩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막상 관련 기능이 고장나 있어 헛걸음을 했다는 사례가 협회로 자주 접수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시각장애인 전용 음성안내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ATM에 이어폰을 꽂아 사용하려고 해도 ATM이 먹통이 되거나 심지어 이어폰 단자가 막혀 있는 등 오류 사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성안내가 알아듣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이 몰리는 은행 지점 특성상 음성 안내 볼륨 조절이 가능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이마저도 음성 품질이 나빠 알아듣기 어렵다는게 협회 측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음성안내를 놓치면 다시 거래 초기로 돌아가 재안내를 받아야만 한다.  

휠체어 특화 ATM 수가 적다는 것도 여전히 문제다. 기존 ATM은 휠체어를 타고 접근시 상체가 멀리 떨어져 있어 기계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휠체어 특화 ATM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휠체어 특화 ATM이 설치된 점포를 찾기 어렵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휴게소 등에는 설치 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음성안내 품질 개선이나 고장 사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비용 문제를 이유로 개선된 점이 없다”며 "금융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여의도에서도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지방에서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 전용 ATM이 있어도 결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스스로 금융거래를 하기 힘든 장애인들은 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라며 “장애인 범용 ATM을 늘리는 방안도 좋지만,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효과가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 말까지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의 범용 장애인 ATM 설치 비중을 100%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2021년 말까지는 장애인이 금융회사 ATM 코너를 찾아갔을 때 범용 장애인 ATM이 적어도 1대 이상 배치돼야만 한다. 

또한 ATM 부스 인근 시설·환경도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ATM 이용 관련 설명 스킵 허용, 음성으로 고장신고를 하기 어려운 언어 장애인을 위해 문자를 통한 고장신고 방식 등 ATM의 장애인 지원기능도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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