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인재 육성 방안 등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권에 디지털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무섭게 성장 중인 핀테크 기업들까지 가세한면서 금융 디지털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주요 금융사들은 외부 인사 수혈과 함께 내부적으로 디지털 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 부친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내 디지털 전문 인력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직원수는 300명 줄었지만, 디지털 부분 인력은 600명가량 늘어났다. 이는 전체 인력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게 은행들의 한 목소리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 기업들의 무서운 공세에 맞서려면 대대적인 디지털 금융 전문 인력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들이 최근 내부 육성부터 외부 영입까지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인재 찾기에 나선 이유다.  

신한은행은 ‘그룹 공동 디지털 교육 체계’를 구축, 관련 인재 육성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7개 그룹사(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오렌지라이프, DS, AI)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디지로그(Digilog) 위원회’를 통해서다. 

디지로그 위원회는 그룹 내 중 디지털 사업 아젠다를 논의하고 실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향후 위원회는 미래신기술 및 디지털 금융, AI, 블록체인 등 필요한 교육 분야별로 공동 교육 체계를 구축해 인력 양성과 인력 운영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순환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7월 말까지 ‘그룹 공동 디지털 교육 체계’ 구축에 관한 로드맵을 수립한 후, 8월부터는 디지털 인재상 수립, 직무별 디지털 관련성에 따른 요구 역량 설정, 디지털 교육 커리큘럼 수립, 디지털 수준 진단 및 평가 등 교육 체계 구축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금융부문을 이끄는 디지털금융최고책임자(CDO)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농협은행은 CDO에 내부 인사를 발탁해왔다. 이번 인선 작업이 완료되면 ‘순혈주의’가 깨질 전망이다. 

디지털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우선 디지털금융부문 산하에 데이터 사업부가 30~40명 규모로 신설된다. 현재 디지털전략부·디지털채널부·디지털마케팅부 체제에서 데이터사업만 전담하는 조직이 신설되는 것이다. 데이터사업부는 신임 CDO 영입과 맞춰 오는 7월 1일자로 정식 출범한다. 

하나금융도 금융 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DT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출범했다. 이는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역량을 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과정을 통해 디지털 맞춤형 실무 교육이 진행된다. 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1개 이상의 분야에서 전문화된 인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하나금융은 DT 유니버시티의 출범을 계기로 향후 그룹의 모든 역량을 ‘앞서가는 디지털 금융그룹, 손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디지털 비전 ‘디지털 포 베러 라이프(Digital for Better Life)’를 새롭게 선포하고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구축했다. 산하에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이 구성된다. 

향후 우리금융은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업종과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통해 외부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ICT(정보통신기술)기업과 연계한 AI(인공지능) 전문가 양성 과정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디지털·IT·IB(투자은행)·자금 등 4개 전문 분야 수시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KB금융 역시 지난 2018년 윤종규 회장 산하에 그룹 내 디지털‧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한 이후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혁신부문장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역임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인재 확보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IT직군에 대해서만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상태다. 그동안 1년에 한번 공개채용으로 IT직군 인력을 채용해왔다. 지난달 21일 국민은행은 IT·데이터 관련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위한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앞으로 금융권의 디지털 인재 모시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권에서는 모바일 뱅킹 활성화 등 비대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른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권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디지털 인재 채용은 하나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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