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은 한때 국내 1등 은행이었다. 그러나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에 인수되면서 국적과 명칭 모두 변경됐다. 그 과정 속에서 국내 최고의 외국계 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한, 노력 중인 사람이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은행장이다. SC제일은행의 성장사(史)는 박행장의 취임 전과 후로 나뉜다. 그는 2015년 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당시 최악의 상황이었던 SC제일은행의 경영 구조를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현지화 전략’에 발 벗고 나섰다. 

박행장의 가장 첫 행보는 스탠다드차타드 영국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 지사 은행명에 다시 ‘제일’을 넣어달라고 담판을 지은 일이다. 그의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1등 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의 역사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SC제일은행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기 때문인다. 이는 ‘제일’을 부활시켜야 고객과 친밀해질 수 있음을 미리 내다본 박행장의 선견지명이 통한 결과였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착한 경영인’ 

SC제일은행은 1929년 조선저축은행으로 시작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은행이다. 올해 90주년을 맞았고 박행장은 그중 40년의 역사를 함께 했다. SC제일은행과 거의 반세기를 함께 한 정통 은행가라 해도 과하지 않다.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박종복 은행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그의 대표 이미지 키워드는 ‘유연함, 정돈된, 생동감’이다. 

박종복 은행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박종복 은행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박행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유연함’으로 분석됐다. 고령임에도 유연한 사고를 지닌 박행장은 ‘외강내유’ 스타일의 리더다.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면모를 겉으로 내세우면서도 확고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결단력을 갖췄다.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인지 딱딱한 업무보다는 영업 현장을 선호해 지금까지 11개 지점에서 20여 년간 경험한 업무가 서른 가지나 된다. 박행장의 현장 경험은 가장 큰 무기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다. SC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선임된 이유도 35년 경력의 은행가로서 발휘한 현장 감각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박행장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비즈니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생생한 현장 감각을 지닌 리더답게 박행장은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하며 임직원들로부터 ‘커피행장님’으로 불린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박행장은 자신의 성공 키워드로 ‘PITCH’를 소개했다. PITCH란 긍정(Positive), 국제적 감각(International), 트렌드(Trendy), 창조성(Creative), 인간(Human)이며, 동시에 박행장 본인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다. ‘함께 하면 더 좋다(Here for good)’라는 SC제일은행의 핵심 가치에 걸맞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박행장의 행보는 SC제일은행이 착한 은행으로 비춰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PI 관점에서 보면 ‘인간적’이면서 ‘착한’ 이미지는 단기 전략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다. 박행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착한’ 이미지는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하다.

스탠다드차타드 영국 본사 직원들로부터 ‘은발의 제이비(JB)’라고 불리는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은행장. 독보적인 그의 헤어스타일은 백발임에도 오히려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그러나 박행장의 정돈된 외관은 복장자율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리더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통 은행업계의 보수적인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진=SC제일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영국 본사 직원들로부터 ‘은발의 제이비(JB)’라고 불리는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은행장. 독보적인 그의 헤어스타일은 백발임에도 오히려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그러나 박행장의 정돈된 외관은 복장자율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리더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통 은행업계의 보수적인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진=SC제일은행)

보수적 사고를 탈피하고자 하는 박행장의 유연함은 도전 정신과 확고한 소신에서 알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고배당 논란, 임직원 노동 형태와 관련해 정규직 부풀리기, 실적 등의 이슈가 있지만, 국내 최고 글로벌 은행이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정통파 은행가가 경영하는 글로벌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박행장은 경영인으로서 자신의 장점과 외국계 은행의 장점을 융합시킨 경영 전략을 세웠다. 일례로 본사 그룹 회의에 참석해서는 한류를 언급하며 어필하고, 국내에서는 마블 영화 속 캐릭터를 융합시킨 상품을 내놓는 등 젊은 감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박행장은 금융업계에서 혁신을 내세우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글로벌과 로컬이 섞인 하이브리드 은행 시대의 개막을 선도했다.

박행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정돈된’으로 나타났다. 박행장은 백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스타일을 고수한다. 백발의 헤어 스타일에서는 그에게 내재된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염색을 하지 않아 스탠다드차타드 영국 본사 직원들로부터 ‘은발의 제이비(JB)’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박행장의 짙은 눈썹과 위로 향한 눈썹 산을 보면 외강내유형 리더다운 강단이 느껴진다. 말할 때마다 움직이는 눈썹 때문에 무엇을 강조하는지 알아챌 정도다. 글로벌 은행답게 임직원들의 복장 자율화를 실행하겠다고 선포했으나 국내 은행 업계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상 쉽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박행장은 공식 석상에 대부분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말로만 ‘혁신’을 강조하기보다 본인이 먼저 스타일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행장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생동감’으로 분석됐다. 행동 언어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부분이 스피치 시의 바디랭귀지다. 박행장은 인터뷰나 스피치를 통해 능수능란한 언변과 바디랭귀지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다.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리더답게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온화한 미소와 호의적인 태도로 임한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게 집중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박행장은 생동감 있는 행동 언어를 가지고 있어 많은 청중들 앞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잘 하는 사람으로 분석됐다. 그가 구사하는 손바닥을 청중을 향해 펼치는 등의 제스처는 청중으로부터 신뢰감을 얻고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사람 중심’의 리더답게 온화한 미소가 담긴 호의적인 표정과 태도가 몸에 잘 베어있는 듯 하다. (사진=SC제일은행)
박행장은 생동감 있는 행동 언어를 가지고 있어 많은 청중들 앞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잘 하는 사람으로 분석됐다. 그가 구사하는 손바닥을 청중을 향해 펼치는 등의 제스처는 청중으로부터 신뢰감을 얻고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사람 중심’의 리더답게 온화한 미소가 담긴 호의적인 표정과 태도가 몸에 잘 베어있는 듯 하다. (사진=SC제일은행)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손바닥과 발 끝의 방향은 화자의 의도를 일정 부분 보여 준다. 박행장은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손바닥을 청중을 향해 펼치는 등의 제스처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화자의 손바닥이 청중을 향하면 그들로부터 신뢰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박행장은 발끝의 방향이 청자의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나는 당신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박행장은 서울시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에 목소리를 기부할 정도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그를 수식하는 ‘영업통’으로서의 내공이 모두 외적으로 뻗어나가면서 작은 체구에서는 자신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워야 

박행장은 토종 브랜드로서의 제일은행이 가지고 있었던 친근함을 되찾는 등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힘썼지만 국내 금융그룹 TOP5 브랜드 내에는 들지 못하고 있다. PI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박행장에게 보이지 않는 한 가지는 ‘차별화 포인트’이다.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 전략은 기업과 CEO, 고객이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경쟁기업과 비교우위에 앞서는 강력한 것이어야 한다. ‘착한 경영인’을 박행장의 대표 PI 키워드로 내세우기엔 약하다. 왜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얼마나 기억이 남는지’, 또 ‘고객의 마음이 얼마나 움직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임팩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행장은 SC제일은행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은행으로 남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착한 경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강력한 차별화 이미지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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