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이번에도 금융전문잡지 ‘파이낸스 아시아’에서 선정한 ‘한국 최우수 인터내셔널은행’ 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10번째 수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잘 자리 잡은 외국계 은행으로, 다른 은행들과 직접적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도 고객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객 중심 모델’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고객 중심 디지털화를 선점하는 데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바로 박진회 은행장이다. 2014년 10월 취임한 박행장은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로 임기 5년 차를 맞았다. 은행권 내에서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한국씨티은행은 금융업계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은행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박행장에게도 보수적인 이미지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본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씨티은행이 가지고 있는 혁신적 조직 문화가 공존한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행장이 개혁에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적용했다는 측면에서 박행장은 의지력과 뚝심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업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경영 전략은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을 샀고 결국 잡음이 이어졌다.

박행장은 노사갈등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면서 그가 지닌 완강함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박행장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말과 행동이 불일치했고, 과거 부실 대출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이기도 한 박행장의 리더십은 늘 평가대상이 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시위가 발생하자 박행장은 배당을 유보하고 한국 금융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아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고 이미지는 추락했다. 

미국 본사에게 좋은 일만 시킨다는 외부 평가에 이어 박행장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오른팔’과 ‘2인자’ 이미지다. 하영구 현 전국은행연합회장이 과거 한국씨티은행장 5회 연임에 성공하면서 박행장도 부행장으로 연임해 무려 12년 동안 부행장을 맡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박행장이 하회장의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계기가 되었고, 2014년 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 반기를 들었던 임원을 해외로 내보내면서 ‘2인자’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는 박행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놓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 속에서도 박행장은 국내 은행장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아 ‘연봉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지점 통폐합과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영업전략을 고수해 부자고객만 상대하고 돈 안 되는 고객은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반된 두 이미지가 혼란을 일으켜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박진회 은행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박행장의 대표 이미지 키워드는 ‘이중적, 보수적, 불명확’이다. 

박진회 은행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박진회 은행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박행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이중적’으로 나타났다. 박행장은 언행이 불일치 해 때로는 혁신적인 사람으로, 때로는 보수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박행장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선도자라는 것이다. 박행장은 해외의 우수한 시스템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직원 간 다면평가’를 국내 은행업계에 도입했고, 최근에는 씨티그룹 본사의 전략에 맞춰 지정 좌석 없이 공유좌석제로 사무공간이 운영되는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보수적인 은행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임원실뿐 아니라 행장실도 없애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행장실을 없애는 시도는 애자일(agile) 조직과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는 박행장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외국계 은행답게 트렌드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박행장의 완강한 추진력이 모터 역할을 한 셈이다. 

박진회 은행장에게 PI 전략에 따른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리더십과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박행장이 현재 가지고 있는 2인자, 비리, 이중적 등 부정성이 내포된 키워드들을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박행장이 지닌 ‘필살기’ 하나다. 잘 개발된 ‘필살기’ 하나가 그동안 부재했던 ‘리더십’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진=한국씨티은행)
박진회 은행장에게 PI 전략에 따른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리더십과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박행장이 현재 가지고 있는 2인자, 비리, 이중적 등 부정성이 내포된 키워드들을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박행장이 지닌 ‘필살기’ 하나다. 잘 개발된 ‘필살기’ 하나가 그동안 부재했던 ‘리더십’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진=한국씨티은행)

박행장은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부분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적극성을 보였지만 내부 성과나 직원 관리에는 전통적 사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데서 이중성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콜센터 하도급 직원을 대상으로 대량 해고를 통보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무리한 지점 통폐합으로 노조의 불만도 거세다. 박행장은 도덕성면에서도 상반된 행보를 보여 문제가 됐다. 박행장은 취임 당시 '진선진미(盡善盡美)'의 자세를 재차 강조하며 금융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도덕성으로 꼽았다. 그러나 씨티은행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2014년, 각종 논란과 당국의 제재 속에서도 성북동에 ‘호화 뱅크하우스’를 20년 동안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행장이 부행장 시절의 일이지만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혁신과 업계를 선도하는 경영 전략을 펼쳤음에도 박행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박행장은 큰 키에 슬림한 체형으로 정장 차림이 제일 잘 어울린다. 특별히 선호하거나 고수하는 패션 스타일은 없어 보이며 개성이 느껴지지는 않는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을 고수한다. 차분하고 강직한 느낌이라 보수적인 은행업계의 CEO임이 확연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분석한 1~5위권의 국내 금융업계 CEO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외적 요소 특징 중 하나가 ‘넥타이 색상’이었다. 박행장은 자신의 외적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노력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박진회 은행장의 스피치를 보면 몸짓 언어가 거의 없어 행동 언어가 ‘불명확’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피치 할 때 움직임이 없으면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전달력 부분에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박행장은 행동 언어 중에서도 스피치를 위한 몸짓 언어를 특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씨티은행)
박진회 은행장의 스피치를 보면 몸짓 언어가 거의 없어 행동 언어가 ‘불명확’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피치 할 때 움직임이 없으면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전달력 부분에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박행장은 행동 언어 중에서도 스피치를 위한 몸짓 언어를 특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씨티은행)

박행장의 행동 언어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불명확’으로 분석됐다. 박행장의 스피치를 보면 몸짓 언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청중이 있는 취임 인터뷰나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스피치하는 내내 움직임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다. 여기에 더해 중저음 음색이면서 억양에 엑센트가 강해 완고한 성향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움직임도 없으면서 말투에서는 딱딱함이 느껴져 스피치에서는 지루함이 느껴진다. 따라서 박행장은 행동 언어 중에서도 스피치 몸짓 언어를 특히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이동 중일 때도 걸음걸이에 힘이 없어 보여 은행업계 CEO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확신에 찬 걸음걸이와 명확한 몸짓 언어를 구사한다면 지금보다 명확한 이미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박행장만의 ‘필살기’가 필요해

개인 브랜딩이 잘 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필살기는 보통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를 말한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PI 관점에서는 필살기 하나면 자신을 어필하는 데 충분하다. 오히려 여러 가지일 때보다 기억하기도 쉽다. 박행장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는 리더십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이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PI 전략이다. 박행장은 내년 10월 임기가 종료된다. 사람들은 지금껏 그가 공언해 온 경영 전략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동시에 성공하길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오피스, 지점 통폐합 등 그의 경영 전략들이 성공하고 박행장만의 리더십 방식이 뒷받침되어야 행장직을 연임하거나 혹은 하영구 전 은행장처럼 기관단체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나 리더십 부재 등의 이슈를 계속 가지고 간다면 연임은커녕 다음 커리어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행장이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만의 필살기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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