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회장님의 ‘행복경영론’은 어떤 내용일까? 하나금융이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슬로건에서 내년부터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로 슬로건 개편을 앞두고 있다. 아직 가제라고 했지만 눈여겨볼 키워드는 ‘손님’을 ‘모두’로 확장한 것이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 주주를 포함해 하나금융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다는 내용은 현 회장인 김정태 회장의 가치와 행복경영론에 맞닿아 있다. 실제로 은행 내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 행원들과 소통행사를 진행하고 영화 관람 및 독서 토론 등 여러 형태의 워라밸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등 김회장은 직원의 행복을 위해 힘쓰는 리더다. 또 어린이집 100개 건립 및 사회혁신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다각적인 지원 활동은 모두 김회장의 의중이 담겨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김회장은 2021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김회장은 자신만의 색이 담긴 ‘행복경영론’ 덕분에 그룹 내 신망이 두텁다. 두 번의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8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회장은 재계 내 장수 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3연임’과정에서 김회장이 스스로 자동 연임이 되도록 승계 시스템을 구축해 셀프 연임을 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채용 비리 사건 등 부정적 이슈로 시끄러웠다. 김회장은 그룹 내 규정상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여러 부정적인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나타난 김회장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모두의 행복’을 강조해온 김회장이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행복’한 회장으로 남을 수 있을지, 김회장에게는 유종의 미가 관건이다. 

디지털투데이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에서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김정태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김회장의 대표적인 이미지 키워드는 ‘세심함, 관록, 예리함’으로 나타났다.

김정태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김정태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표(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디지털투데이 전예지)

내적, 외적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사람

과거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을 정도로 특유의 친화력을 갖춘 김회장의 내적 요소 키워드는 ‘세심함’으로 나타났다. ‘영업 전문가’답게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는 ‘현장 전문가’로 성장했다. 또 고객뿐 아니라 모두를 소중히 여기고 상대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필 줄 아는 ‘소통 전문가’다. 실제로 은행 본부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1500여 명의 직원들 이름을 외우고 경조사를 직접 챙길 정도로 세심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형과 같은 포용력을 갖춘 ‘큰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김회장은 평소 자신의 리더십을 ‘마중물’에 비유했다. 마중물은 ‘마중 나가는 물’이라는 뜻으로,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존재다. 또 자신을 내어주는 임무를 마치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마중물처럼 자신을 던져서 더 큰 것을 끌어내는 존재가 되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직원들을 위한 ‘조력자’로 칭했다.  

김회장은 스스로 권위를 낮추고 소통하는 리더다. 일례로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JT로 ‘Joy Together’라는 팻말을 회장실에 붙여 권위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꼭 제일 먼저 나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로 유명하다. 하나대투증권 사장 시절, 사내 장기자랑 행사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빡이' 춤을 췄고, 월례간담회에서는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추기도 했다. 또 사내 체육대회에서는 임원들부터 망가져야 한다며 몸소 각설이 분장을 하고 나타나 즐거운 사내 행사의 분위기를 만드는 세심함을 보였다. 

다른 금융 그룹과 달리 김회장은 현장 전문가답게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해외 사업에서도 김회장은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금융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치하며 ‘허브 역할’을 제대로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직접 참석했으며, 행사가 끝나고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찾아 사업내용과 직원들을 일일이 챙기고 돌아왔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지린성 정부가 주최한 국제 금융행사에 참석하며 현지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돈독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김회장의 세심함은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이 났다. 외환은행과의 합병 절차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로 인해 갈등이 있었을 당시, 김회장은 홀로 나서 노조 간부 세 명과 밤샘 토론을 했다. 통합을 왜 해야 하는지, 또 하나금융그룹의 비전은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한 끝에 노조와의 갈등을 합의로 이끌었다. 이처럼 김회장은 조직 내 성과뿐 아니라 사람에게 특히 집중하는 세심함을 갖췄다. 이 부분이 김회장을 만난 사람들이 ‘이 사람 진짜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영업 전문가, 현장 전문가, 소통 전문가’로 통한다. 부드러운 인상 이면에 예리함이 보이며, 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관록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능숙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행동 언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일방적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쉽다. 따라서 김회장은 손짓 언어를 조금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영업 전문가, 현장 전문가, 소통 전문가’로 통한다. 부드러운 인상 이면에 예리함이 보이며, 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관록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능숙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행동 언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일방적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쉽다. 따라서 김회장은 손짓 언어를 조금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김회장의 행동 언어 키워드는 ‘관록’으로 분석됐다. 행동 언어는 공개 강연 및 개인 인터뷰 영상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는데, 각양 각층의 수많은 사람을 응대했던 영업 전문가답게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면서 무게감 있는 스피치가 공통적으로 보였다. 김회장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느릿한 중저음의 음성에서 묵직함과 중후함이 느껴진다. 또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강해 투박함도 느껴진다. 역시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소통 중에서도 경청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사용하는 등 분위기를 이완하고 전환하는 데도 능숙하고 여유가 있어 관록이 느껴진다. 

여유가 느껴지는 장점 이면에 김회장의 행동 언어 문제점은 양손의 활용 범위다. 김회장은 스피치를 할 때 양손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보다 한 손, 특히 오른손을 활용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양손이 아닌 한 손만을 활용하는 것은 소통을 잘하는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손을 활용할 때보다 한 손만을 활용할 때, 상대방은 가르침 혹은 일(一)방향의 설득으로 인식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짓 언어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태도이나 양손을 적절한 비율로 활용하는 것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보통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부드러운 외모다. 그러나 친화적이고 포용력의 리더십을 가진 김회장의 외적 요소 키워드는 ‘예리함’으로 나타났다. 김회장은 180cm에 육박하는 장신이며 체격도 크다. 그를 인터뷰했던 언론인에 따르면 주먹이 보통 사람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고 했을 정도다.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체격 조건을 가져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다행히도 김회장은 보통 웃는 얼굴이 자주 보인다. 웃는 얼굴은 소탈하고 친근하게 보이나 얇은 입술과 올라간 입꼬리, 얇은 눈꺼풀에서는 예리함이 보이며, 눈매나 시선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미지 밸런스를 맞춰야

김회장은 자신만의 색이 담긴 ‘행복경영론’ 덕분에 그룹 내 신망이 두텁다. PI 관점에서 바라본 김회장의 과제 중 하나는 남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PI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이미지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하나금융그룹)
김회장은 자신만의 색이 담긴 ‘행복경영론’ 덕분에 그룹 내 신망이 두텁다. PI 관점에서 바라본 김회장의 과제 중 하나는 남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PI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이미지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하나금융그룹)

김회장의 PI를 분석하면서 사내 소통 이벤트들에 있어 과유불급의 느낌이 있다. 웨이터 복장을 하고 ‘부킹 100%, JT와 함께 뜨거운 밤을, 확실한 즐거움을 책임집니다’ 등과 같이 파격적인 이벤트들로 재계에서 ‘너무 가볍다.’ 등의 염려가 담긴 목소리도 나왔다. 유머를 활용하는 리더의 모습은 좋아 보이지만 과도한 유머는 장기적인 PI 관점에서 위험성이 존재한다. 보수적인 금융 그룹 내에서 권위를 내려놓는 활동들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김회장은 ‘가벼운 이미지’라는 재계의 좋지 않은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김회장의 내적, 외적 요소들을 분석하며 분명히 김회장은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이 문제다. 권위적인 회장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이미지는 좋지만, 김회장의 이벤트성 행보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처럼 보인다. 김회장은 지금처럼 권위적 이미지는 내려놓아도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어필할 수 있는 PI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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