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구에 사는 A씨(35)는 SK텔레콤의 5만원대 요금제인 밴드 데이터 6.5G 요금제를 사용하다가 최근 7만원대 요금제인 티(T)플랜 패밀리 요금제로 바꿨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한달에 6GB 가량만 사용했지만, 패밀리 요금제는 150GB 이상을 제공한다. 스몰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족을 위해 20GB를 공유하고 나머지 130GB를 사용한다. 요금이 다소 높아졌지만 전보다 약 120GB 정도 사용량이 늘었다. 2만원 가량 늘어난 요금은 장기가족 30% 할인 및 선택약정할인 25%를 더해 총 55% 할인을 받기 때문에 실제 납부금액은 1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A씨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 등 실시간 동영상을 데이터 걱정없이 본다. 또 출퇴근길에도 예능·드라마를 다시 보며 데이터를 마음껏 쓴다. 심지어 집에서도 와이파이를 켜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이 지난 9월 이후로 마무리됐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8만원대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이통3사의 요금제 경쟁은 KT가 3만원대 저가 요금제 개선안을 포함한 데이터온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요금제 경쟁이 심화되면서 SK텔레콤은 TTL을 회상시키는 브랜드 0(영)을 선보였고, 이에 질세라 KT도 데이터온 요금제에 기반한 Y24온을 그 이후에 출시했다.
 
다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요금제는 6만원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만 혜택이 크게 늘었다.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요금제를 손보지 않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기본 제공량이 6GB에서 6.6GB로 불과 0.6GB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45)씨는 “요금제가 개편돼 저렴해졌다는 말을 듣고 이통사 대리점을 찾아갔더니 4~5만원대 요금제는 그대로이고, 6만원대 이상 요금제만 데이터 혜택이 파격적으로 늘었다. 통신요금이 내렸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소비하는 시대...이통사 고가 요금제 '응답했다'
 
이제 ‘스마트폰 시대’ 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동영상 콘텐츠가 킬러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정보를 얻거나 게임 및 스포츠 동영상으로 유흥을 즐기고, 유튜브를 시청하려면 그 만큼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통사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어느 정도 응답했다. 취약층 등을 위한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고가 요금제에 데이터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4~5만원대 요금제는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개선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6만원대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데이터량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6만원대 요금제에 SK텔레콤과 KT는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매일 5GB의 데이터를 지원한다. 5.7인치 스마트폰 기준 약 1시간 동안 HD화질로 동영상을 시청했을 때 데이터 사용량은 0.8GB~0.9GB다. 1시간 데이터 사용량을 0.9GB로 가정할 경우 SK텔레콤과 KT의 6만원대 요금제 이용자들은 한 달에 100GB를 제공받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약 111시간의 HD급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하루 평균 3시간 30분 넘게 HD급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6만원대 요금제 이용자들은 매일 5시간 넘게 HD급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만약 데이터를 다 사용한다고 해도 이통사들은 속도 제한을 거는 조건으로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 집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데이터를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소비가 많은 헤비유저들은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 된다. LG유플러스는 7만원대, KT는 8만원대, SK텔레콤은 10만원대다. 완전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이통사마다 가격이 다른데 브랜드 파워가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SK텔레콤의 경우 가족 공유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가족 공유를 통해 전체 가족의 통신비는 저렴해 질 수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디테일의 악마가 있다. 고객에게 혜택을 대폭 늘렸지만, 가족에게 공유된 데이터의 경우 테더링이 되지 않는다. A씨(35)가 20GB를 가족과 공유할 경우, 데이터를 받은 가족은 20GB 데이터를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이나 노트북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LG유플러스 역시 7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15GB를 나눠 쓸 수 있는데 가족은 4GB, 일반은 2GB만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KT는 가족간 공유 제도가 없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요금제 개편에 나서면서 이용자의 혜택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늘고 5만원대 등 중가 요금제에는 큰 변화가 없는 점에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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