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사회적 문제다. 양극화 원인 중 하나로 국내 산업에 고착된 수직적 거래구조가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강구돼 왔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재는 불공정 거래에서부터, 심지어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품 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결국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은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직원 연봉 차이는 크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초봉은 3738만원이다.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160만원, 2636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면 대기업보다 연봉을 1100만원 정도 적게 받는다. 많은 인력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이유다. 때문에 중소기업은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이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 2011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해결방안으로 협력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주된 취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이익공유제 개념 중 하나다. 이익공유제는 중소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소득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공유하는 이익이 달라진다. 이익공유제 방식으로는 성과이익공유제, 초과이익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 등이 있다. 

성과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

성과이익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는 비슷하면서도 성과와 분배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난다. 성과공유제는 품질 향상, 원가 절감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모든 형태의 협력 활동을 성과로 본다. 또한 성과공유제는 현금 배분과 납품 물량을 늘려 중소기업의 소득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한다.

대표적인 성과공유제 우수사례기업으로 포스코와 KT가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부터 이익공유제 개념을 시행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광양 페로니켈 공장을 신설하면서 공사기간이 단축해 받은 36억원의 인센티브 중 21억원을 협력업체와 공유했다. KT는 중소 협력사와 서면계약에서부터 상호간 역할, 배분율, 대상 등을 전면 합의했다. 이를 통해 판매수입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공유한다. 성과공유제는 대·중소기업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면 등록할 수 있다. 현재 총 322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성과공유제의 한계로 태어났다. 그간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남품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적 결과에만 중점을 둔다. 때문에 위탁 판매, 신기술 개발, 디자인,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프로젝트 한 건마다 발생한 이익을 사전에 체결한 분배계약에 따라 오로지 현금으로만 공유한다.

중기부가 발간한 이익공유제 관련 내용(사진=중기부 홈페이지)
중기부가 발간한 이익공유제 관련 내용(사진=중기부 홈페이지)

사실 성과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의 논란은 충분히 예상돼 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100대 국정과제에 협력이익배분제라는 이름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를 천명하겠다는 각오를 수차례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에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정부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통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와 조율을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홍종학 장관은 “지금의 전속거래, 하도급 구조 하에서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생태계는 성장과 혁신에 한계가 있다. 신뢰와 공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해 개방형 상생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재차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예고했다.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협력이익공유제 유형은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으로 나눠진다. 협력사업형은 연구, 개발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한다. 마진보상형과 인센티브형은 경영성과 달성에 따른 이익에 따라 수익과 인센티브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법인세 세액 공제와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부여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기업과 최우수기업에는 수출입은행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우대하거나 모범 납세자 선정, 포상 등 혜택을 약속했다.

중기부는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세 종류와 세율은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세제혜택을 법률에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법제화는 사실상 강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상 강제 도입 VS 인센티브 방식

현재 재계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이익을 나누는 제도를 법제화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방안에 대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대기업들이 해외에 연구, 개발 센터를 갖고 있어 국내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불만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동남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도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협력이익을 어떻게 측정할 지에 대한 기준도 불분명하다. 이익률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나아가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제도가 정확하게 심사할지 의문"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성과공유제와 마찬가지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 계약서,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통해 이익을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통상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이익 공유가 정부의 직접 보조금은 아니지만, 정부 정책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해석될 경우 불공정행위로 해석될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거래 당사자의 자율적 계약 관계를 통한 이익 공유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민간기업이 다른 민간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경우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국가로부터 받는 조세 혜택 역시 다른 조세 혜택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여전히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최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협력이익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협력은 가능하지만 결과물을 갖고 사후적으로 이익을 나눈다는 게 의문”이라고 했다.

중기부 홍종학 장관(사진=중기부 홈페이지)
홍종학 중기부 장관.(사진=중기부)

일각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국내 산업구조에 수직적 거래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산업구조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해외의 경우 이같은 협력이익공유제 제도가 활발하다. 단지 제도화가 안됐을 뿐이다. 미국 항공기제작업체 보잉이 787 기종을 만들면서 50개의 공급업체와 협력이익을 공유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영국 롤스로이스도 에어버스 엔진개발 과정에서 협력사와 위험수익 등을 공유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자체 연구개발 부담은 줄였다.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환영하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낸 입장문에서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도입과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정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 관련 발의된 법안 4건을 통합해 입법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다음달 입법이 완료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이르면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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