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의 추진 속도가 미진하다. 경제계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역행하는 제도라며 강력 반발해서다. 대·중소기업 간 목표 매출 설정 과정이 순탄치 않고, 이익 배분 시 협력사들의 기여도 측정도 저마다 다를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대기업의 잠재투자를 억제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토록 재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협력이익공유제 전면 도입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로잡을 기회라고 주장한다.

'新 이익공유' 모델 될까?

협력이익공유제는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월 한 차례의 당정 협의를 거친 뒤 지난 6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연내 본격 시행을 예고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간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달성한 협력이익을 사전에 약정한 바에 따라 나눠갖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탁기업인 대기업들이 수탁기업인 중소 협력사와 재무적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수·위탁 관계가 없는 플랫폼 사업자 간에도 적용 가능하다.

정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에 강제성은 없다.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추진 기업에는 혜택을 준다. 이들 기업은 손금인정 10%, 법인세 세액공제 10%,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가중치 등 세제 지원을 받게 된다.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디지털투데이 DB)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디지털투데이 DB)

기존 성과공유제도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기존 제조업, 하도급 관계에서 주로 활용하던 성과공유제를 지난 6월 현금 공유 중심으로 제도 개편했다. 기업들은 여건에 따라 성과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성과공유제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직접적 이득분 내에서만 성과가 공유된다. 따라서 수탁기업이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회수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에 수탁기업이 갖는 현금성 공유는 과제당 1억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납품단가의 부당 감액은 중소기업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또 수탁기업은 원가정보를 공개해야 해 위탁기업으로부터 추가 단가인하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잦다. 

협력이익공유제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협력사가 가져가는 공유이익의 규모를 늘리는 것에 있다. 공동으로 창출한 협력이익을 대기업의 재무적 성과(판매량, 영업이익 등)와 연계해 공유하기 때문에 증대된 매출액만큼 배분받을 수 있다. 반면 성과공유제는 위탁기업이 수탁기업과 낮아진 원가분에 대해서만 공유를 하기 때문에 공유되는 이익의 범위가 작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원가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원가 기반의 공정한 납품단가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성과공유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성과공유제, 무엇이 다른가

성과공유제가 위·수탁기업 간 거래에 국한한 점을 개선해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중소기업간 거래도 포함했다. 이로써 유통과 IT 등의 플랫폼 업종들도 공동 협력사업을 통해 달성한 이익을 콘텐츠 조회나 판매량 등에 따라 조정·공유할 수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이 대상협력사, 목표설정, 이익공유 등을 선택하고 설계한다. 수탁기업의 혁신 노력을 촉발하도록 협력이익과 공유방식에 대해 사전 약정(계약)은 필수다.

아직까지 기업들은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김용근 상근부회장의 발언을 통해 불편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정부 여당이 연내 협력이익공유제의 본격화를 밝힌 다음 날인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력이익의 공유 작업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기업이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시장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빼앗는 제도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목표 설정과 협력, 사후 배분을 이견 없이 이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발언은 평소 이견을 보여온 정부에 대한 사갈시를 넘어 이익공유 모델 결정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료=중기부)
(자료=중기부)

중소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결정에 반갑게 응답했다. 하지만 시장 경제의 부작용도 우려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혁신 노력을 자극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대기업에 참여를 강요하기보단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도입과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서울 소재 상경계열 교수 70%가 협력이익공유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혜택이 대기업 협력사인 일부 중소기업에 편중돼 오히려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경연은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를 기업 자율 시행이라고 했지만, 참여 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사실상 준강제적 제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입장도 반으로 갈린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시장경제원리 훼손'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경영활동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이익을 공유하려는 시도 자체가 대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혁신 의지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협력이익공유제 놓고 갑론을박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원가 정보 공개 문제가 개선됐다는 점에서 성과공유제보다 진일보했다"면서도 "협력이익공유제는 사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들의 경영 정신과 시장 구조를 훼손하는 제도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지만 대기업은 메가투자를 통해 실물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며 "갖은 기업 규제에 부닥친 상황에서 이익공유제까지 덮친다면 대기업의 혁신과 투자 의지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공정경제는 공정과 비공정 여부에 따라 다뤄야 한다"며 "자본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대기업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 이익 배분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자료=한경연)
(자료=한경연)

반면 협력이익공유제야말로 우리 사회 자본주의의 모순을 시정할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전은 부의 편중, 나아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해 왔다. 이윤추구를 최선으로 생각하는 자본가와 임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극단에 서 있는 양편이 각자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변할수록 모순은 커진다.

정경모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는 "협력이익공유제 안에서 구분되는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은 확실한 갑을관계"라며 "정규직 근로자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을 수탈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누려야할 이익을 수탈하는 현상은 불변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이 일정 지위를 이용해 중소 하청 기업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낮은 납품 단가를 매기게 해 구조적으로 수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하청기업들의 아우성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 변호사는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부의 편중이라는 모순은 드러나기 마련이다"면서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해당 모순된 부분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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