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 3위인 LG유플러스가 시가 총액 기준으로 이동통신 2위인 KT를 추격해 턱밑까지 따라왔다. 8일 기준, LG유플러스의 시가 총액은 7조5000억원 수준으로 KT는 7조8000억원대다.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2분기 기준 KT의 영업이익이 3991억원이고 LG유플러스가 같은 기간 2111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가 KT에 비해 주식 유통 물량이 적은데다가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아직 40% 초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주)LG 등 주요 주주가 많아 주식의 90%는 묶여 있고, 10% 정도만 시장에 유통되는 상황이다. 유통물량이 적은 회사들의 경우 작은 호재에도 주가가 크게 뛰는 경향이 짙다.

국내 관련 법상, 국내 이동통신사의 경우 외국인이 49%까지 매입할 수 있다. KT는 외국인의 주식 보유량이 이 기준에 이미 다 찼다. KT의 경우 PBR(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하여 나타낸 비율)이 낮아 청산 가치(현재 시점에서 기업의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청산할 경우 회수 가능한 금액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있는데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다고 증권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KT의 경우 수급(주식 매수세)이 불리하기 때문에, 증권 시장에 왜곡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증권시장 마감 기준, LG유플러스의 시가 총액은 7조5315억원이고, KT는 7조8072억원이다. 이날 기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가 총액은 22조4877억원이다. 약 1년 전의 경우 SK텔레콤의 시가 총액은 20조3000억원 수준이었고, KT는 7조8000억원 대, LG유플러스는 6조원 수준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가가 크게 올라 시가 총액이 상승했지만 KT만 거의 그대로인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국인에 매력 있는 국내 이통사 주식...저평가된 KT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이통3사나 국내 통신업계의 상황을 외국인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요금 인하 영향의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가 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이통사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하면 이동통신(MNO) 외에 IPTV 등 다른 사업이 선방했다. 이통사의 최근 요금제 개편은 오히려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상승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내년 3월 5G 상용화 역시 이통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전기 통신 사업법상 외국인은 기간 통신사 주식의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국내 이통3사는 기간 통신 사업자다. 8일 기준, KT는 이미 외국인 보유율이 49%(외국인 소진율 100%)이고, SK텔레콤은 42.78%(외국인 소진율 87.3%), LG유플러스는 42.76%(외국인 소진율 87.26%)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외국인들이 많이 사야 주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강한데, 외국인 소진율이 여유가 있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달리 KT의 경우 이미 100%로 다 찼기 때문에 수급이 불리하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KT의 경우 다른 이통사들과 달리 주식의 수급이 불리한 편이기 때문에 주가가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의 경우 선택약정할인 상향 등에 대한 영향이 다른 이통사에 비해 가장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외국인이나 국내 기관들이 국내 통신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통신 업계의 경우 요금 인하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외국인 보유율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정부가 발의한 보편 요금제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논의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이통사가 이에 준하는 2만원대 중반 (선택약정할인 25% 적용 기준) 저가 요금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PBR이 낮아 기업 청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2018년도 상반기 기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PBR은 각각 1.1과 1.44이다. 다시 말해, SK텔레콤은 기업 청산 가치보다 10%, LG유플러스는 44% 정도 주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반면, KT의 PBR은 0.63으로 청산 가치에 비해 주식 시장에서 시가 총액이 저평가된 상황이다. KT는 청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KT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KT의 적정 NAV(순자산가치)는 12조원이다. LG유플러스와의 좁혀진 시가 총액으로 인해 기관투자자는 KT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가 KT의 시가총액을 따라잡은 것은 외국인 보유율과 주식의 수급 영향이 크다. 일종의 시장 왜곡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