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휴대폰 시장에는 메기 효과가 없다. 메기 효과란 강한 경쟁자가 존재함으로서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컫는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와 갤럭시S 시리즈가 시장을 독식하면서 경쟁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출시된 갤럭시노트8이 9월 3주(14일~20일)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 중 60%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 스마트폰 구입자 10명 중 6명이 갤럭시노트8을 구입한 것이다. 갤럭시노트8의 경우 출고가가 110만원에 육박해 우려도 많았지만 출시 초반 이동통신 시장을 휩쓸면서 걱정을 종식시켰다.

갤럭시노트8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프리미엄폰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다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중 삼성 브랜드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통사와 삼성전자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로 인해 갤럭시노트8의 실제 구매가가 낮아진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28일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9월 3주 기준, 갤럭시노트8은 모델별, 이동통신사별 판매 순위에서 1~6위를 차지했다. 갤럭시노트8의 총 판매 점유율은 57.9%다.

올해 9월 3주 판매량 TOP 10 스마트폰 (자료=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1위는 SK텔레콤의 갤럭시노트8(64GB), 2위는 LG유플러스의 갤럭시노트8(64GB), 3위는 KT의 갤럭시노트8(64GB)이다. 4위는 SK텔레콤의 갤럭시노트8(256GB), 5위는 LG유플러스의 갤럭시노트8(256GB), 6위는 KT의 갤럭시노트8(256GB)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이통시장을 5:3:2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갤럭시노트8 판매에서 KT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갤럭시노트8(64GB)와 갤럭시노트8(256GB)의 판매 비중은 65:35의 비율이었다. LG V30의 경우 21일에 출시됐기 때문에 9월 3주 순위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9월 3주, TOP 10을 모두 차지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해당 주에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3주 만에 80%를 넘었다. 9월 3주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87.1%로 9월 2주(7일~13일)에 비해 22.3%포인트 상승했다. 갤럭시노트8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9월 2주 스마트폰 판매 TOP 10 (자료=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아이폰X 출시 전, 갤노트8 대적할 폰 없어 '시장 독식'

바로 전 주인 9월 2주 스마트폰 TOP 10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8시리즈의 6개 모델이 순위 안에 들었다. 판매 10위 안에 든 갤럭시S8시리즈 전체의 시장 점유율은 34.1%다. 중저가폰인 갤럭시와이드2가 판매 2위를 기록했고 LG전자의 프리미엄폰 G6는 LG유플러스 모델이 4위, KT모델이 10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중저가폰인 Q6는 8위를 기록했다. 9월 2주, TOP 10안에 든 스마트폰 중 삼성전자가 아닌 제조 업체는 LG전자 뿐이었고, 총 3종의 모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은 전작 갤럭시노트7(출고가 98만8900원) 대비 출고가가 10만원 이상 올라간데다가, 갤럭시S8시리즈 대비 큰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됐다. 또한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노트FE가 모두 완판을 기록하면서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 잠식 효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8이 시장을 휩쓰는 이유는 아이폰X가 출시되기 전에는 갤럭시노트8을 대적할 만한 프리미엄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프리미엄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60%인데 갤럭시노트8의 점유율이 57.9%라는 점은 갤럭시노트8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독식했다는 뜻이다.

갤럭시노트8 등 삼성의 프리미엄폰들이 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유통점 역시 갤노트8 등의 리베이트 때문에 집중 판매하는 순환고리를 만들 수 밖에 없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 차지...LG전자 '역부족'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며 “단통법 이전부터 불법 보조금이나 대란 등을 이용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무료로 구매했던 습성이 남아있어 현재도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는 프리미엄 폰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업체 중 삼성전자에 맞설만한 제조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LG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로는 삼성전자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가 비싸기는 해도 좋은 기능과 성능을 갖춘 폰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일부 집단 상가나 SNS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온라인 유통점의 경우 최근 갤럭시노트8의 실제 구매가를 40만원대까지 낮춘 적이 있었다. 보통 판매점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가 40만원~50만원대인데 적게는 10만원에서 많으면 20만원의 추가 리베이트가 지급됐다. 이통사의 리베이트 경쟁으로 한 이통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구두 경고를 받기도 했다. 과다 리베이트가 지급되면 이중 상당수는 불법 보조금으로 변질 되는데 이런 상황도 갤럭시노트8의 판매를 늘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갤럭시노트8의 리베이트는 40만원~50만원대이고, 정책이 좋을 경우 10만원~20만원이 더 지급된다”며 “가입자를 많이 모을수록 인센티브가 지급되기 때문에 박리다매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고, 이통사는 고가 요금제 유치와 번호이동에 유리한 갤럭시노트8 등 프리미엄폰 단말기에 리베이트를 많이 실어 중저가폰과 실제 구매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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