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퇴근 후 혹은 주말, 휴가 때 “카톡”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시대가 발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SNS 감옥이 우리 생활에 보편화되고 있다.

주변만 둘러봐도 스마트폰, SNS의 등장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SNS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톡(카톡) 업무지시는 업무 외 시간인 퇴근 후나 휴가철, 주말에 주로 발생한다. 상사와 동료들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때와 장소에 가릴 것 없이 업무지시가 오간다. 사실 자신에 대한 업무지시가 아니더라도 단체 대화방에 대화가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밀려오는 SNS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휴가중에 카톡을 삭제하거나 탈퇴,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꺼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최근에는 ‘소셜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휴가중에 시도때도 울리는 스마트폰 때문에 휴가를 떠나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또 휴가 때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주말에도 대화방에서 이어지는 업무 지시 때문에 일주일 중 편히 쉴 수 있는 날은 사실상 없다고 한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근무환경이 바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이러한 것에 맞춰 바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법안 발의에 대해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사람들은 현실집행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퇴근 후 상사의 업무지시에 대해 부하 직원이 이를 모른체하거나 거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자의 지인은 “일주일 중 7일 모두 근로시간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상사의 카톡 지시에 상시대기하고 있다. 이를 거절하는 것은 상상도할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업무지시로 볼 것인지, 업무의 특수성, 수많은 기업들의 협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도 기업문화, 일하는 문화가 선진화로 나아가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또 공무원을 비롯한 대기업 등에서는 이를 준수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문화가 언젠가는 정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애매한 기준, 기업과 근로자간의 엇갈린 의견 등 어렵지만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시행해줄 정부의 결단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안발의를 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퇴근후 카톡금지법을 법이 아닌 지침으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안감, 실망감은 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퇴근후 카톡금지법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현실화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앞만 보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지금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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