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52평의 실제 아파트 속 가정집의 모습을 구현해 7대의 오븐과 30종 이상의 제품을 설치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1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 있는 홈 익스피리언스 랩에서 임경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수석 디자이너가 설명한 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대표적 프리미엄 제품에 적용된 디자인 혁신에 대해 소개하고 캠퍼스 일부를 공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열었다.

홈 익스피리언스 랩은 거실, 주방, 침실 등 공간에 다양한 제품을 설치해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이너들이 직접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체험해 피드백을 주는 공간이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초청해 직접 삼성전자 생활가전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인 무풍에어컨, 냉장고, TV 뿐만 아니라 밀레 오븐 등 경쟁사들의 제품도 함께 설치돼 끊임 없는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랩에서는 현재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 에어컨의 히트상품 ‘무풍에어컨’관련 피드백도 나와 제품에 반영됐다. 무풍에어컨의 히든 디스플레이 기능, 에어컨 운전 기능 안내를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으로 함께 제공하는 기능, 모바일 앱을 통해 에어컨을 제어하고 이용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게끔 하는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이 이 랩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무풍에어컨·스카이블루 디자인 이곳서 탄생했다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은 약 5년간의 연구 기간을 걸쳐 생산된 제품으로 차가운 냉기가 직경 1mm수준의 13만 5천개 마이크로 홀에서 나와 동굴에 있는 것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스탠드형 기준으로 출시 첫해 에어컨 판매량의 70%를 차지했고, 올해는 벽걸이형 제품까지 출시돼 제품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55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제품의 디자인 부분에서 혁신은 약 3도 가량 기울어진 본체 디자인이다. 화살을 쏠 때 활시위의 각도에 따라 날아가는 거리가 다른 것처럼 냉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내보내기 위한 각도가 3도로 설정된 것이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디자인에는 심리적 불안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고민해야 한다”며 “3도가 선택된 이유는 기술적으로 무풍에어컨에서 냉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각도인 것과 동시에 쓰러질 거처럼 보이는 불안감 등도 제거한 각도”라고 말했다. 이어 “무풍에어컨은 일주일에 100일 이상 30도 이상의 날씨가 지속되는 태국 방콕에 가서 연구한 만큼 출시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외기는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할 때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소음 없이 날갯짓을 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팬에 홈을 파 소음을 줄였다. 이로 인해 전력효율도 30%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 3개의 원형 바람문은 개기월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됐고 빛 역시 은은하게 조절되게 만들어 냉방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에서는 공기청정기 사용자 대부분이 흡입구가 있는 방향을 앞쪽으로 돌려 쓴다는 사실에 착안해 제품 디자인이 구현됐다. 전면 흡입구로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는 면적을 최대한 높였고, 3방향 토출구라는 디자인을 적용해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송현주 상무는 “오랫동안 변치 않는 사용가치와 배려의 미학을 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며 “무풍에어컨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 디자인에서는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이해가 이뤄지고 어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일 수 있는 디자인이 구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사운드랩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는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돼 있는 1천5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001년 CEO 직속조직으로 출범해 전사 디자인 전략 수립, IoT, AI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행 디자인 기획·사업부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면 캠퍼스의 디자인 동에는 사운드랩, 홈 익스피리언스랩, 소재와 컬러를 연구하는 CMF랩, 디자인라운지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운드랩에서 만난 남명우 삼성전자 사운드 디자이너는 “스마트폰 관련 사운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에어컨이나 세탁기 등에서 나오는 사운드도 직접 기획·제작·튜닝까지 하고 있다”며 “비욘드 더 호라이즌과 같은 브랜드 멜로디부터 빅스비 목소리 녹음까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상무)은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영에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주요 제품에 있어 삼성만의 디자인 철학과 독창적 디자인으로 업계 변화를 주도해 왔다”며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의 규모는 5만3천㎡로 전체 6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개동이 삼성전자 디자인조직이 사용하고 있다. 2015년 11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R&D 특화 사업장으로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연구소, IP센터 등이 있다. 전체 상주인원은 5천명이고 부속의원, 어린이집, 피트니스 센터, 사내 식당, 사택인 우면 빌리지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이 19일 우면동 삼성 R&D 캠퍼스에서 디자인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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