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요금 인하에 관한 비용을 홀로 감당해야하는 이동통신사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단말기 유통에선 손을 떼고 통신 서비스 가입만 받는 안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통신비 인하 방안의 대책은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 ▲취약계층 대상 요금 감면 ▲알뜰폰 지원대책 마련 ▲보편 요금제 출시 ▲공공 와이파이 확대 ▲통신산업 진입규제 개선 등이다.

이 중 이동통신 3사가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는 안은 통신업 진입규제 개선을 제외한 나머지다. 선택약정할인은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공시지원금 대신 통신요금에서 일정 비율로 할인받는 것을 말한다.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부담하지만 선택약정할인은 통신 요금을 할인 받는 것이라 통신사 홀로 비용을 부담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요금 상향으로 1조원 규모의 요금할인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월 1만1000원을 할인해주는 취약계층 요금 감면제도도 연간 5173억원의 비용이 든다. 수익 사업이었던 와이파이존의 무료 개방,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 등도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최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

그러나 이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통신요금 청구서에 찍힌 금액 중 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한 통신사의 서비스별 요금 비중을 분석한 결과,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비중은 55.6%였다. 단말기 할부금 비중은 21.2%, 부가서비스 금액은 24.2%였다. 이 중 단말기 할부금은 사실상 통신사와 관련이 없다. 부가서비스는 지불 여력이 있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이용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 모든 비용을 하나의 통신요금으로 판단한다.

이통사들은 통신요금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으며, 제조사 측도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일정 부분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저희 청구서에 6만원 정도 청구하면 저희 몫은 3만3000원이고, 나머지는 다른 것인데 전체를 다 통신비로 인식한다”며 “이면에 단말기를 2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단말기에 대해서는 비싸다는 인식이 없다. 이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성 KT 상무도 “통신비 인하 요구에 대해 사업자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제조사도 단말기 구입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부분도 고려돼야 하며,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도 통신비 인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함께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 단말기 판매에서 손을 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재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SK텔레콤이 단말기를 대리점 등에서 판매하지 않고 서비스 가입만 받는 사업모델로 전환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는 단말기와 판매를 분리하는 완전 자급제의 도입을 의미한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단말기 제조사, 일선 대리점‧유통점 등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실제 도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선거철 등 때가되면 요금 인하 압박을 받는 통신사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는 “선거, 정기 국회 때마다 통신비 내리겠다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통신비 인하는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슈,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적 이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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