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기기 ‘누구’와 ‘기가지니’의 후속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제품의 물리적, 공간적 제약을 개선해 AI 기기 시장 확대에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한 양 사는 아마존이 AI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요인이었던 AI 기술 공개를 이달부터 실시한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음성인식 AI 기기인 누구와 기가지니의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세대 누구는 현재 개발이 거의 완료한 상태다. 오는 3분기 중에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는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로, 일정과 날씨 정보 알림, 멜론 음악 감상, 팟캐스트, T맵 교통정보, 음식 배달 등의 기능을 갖췄다. 출시 이후 월평균 1만대를 기록, 지난달 기준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

2세대 누구의 전체적인 기능은 기존 누구와 유사하지만 단말기의 크기가 작고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누구는 스피커 전문업체 하젠이 생산을 맡았으나 2세대 모델은 다른 제조사에 맡겨 공급처도 다변화했다.

KT도 기가지니의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할 제조사를 물색했다. 기가지니는 IPTV와 결합한 AI 기반의 셋톱박스다.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와 연동이 가능하고 음악 감상 등도 가능하다. 최근 기가지니에 키즈 콘텐츠가 새롭게 추가됐고, 모바일 상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머스 기능도 넣었다. KT가 올해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기가지니는 지난 5월 초 기준 판매량이 5만대를 넘어섰다.

KT 관계자는 “기가지니의 단점을 보완할 후속 제품을 출시하라는 황창규 KT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가지니는 IPTV와 결합해 TV가 설치된 곳에서만 사용해야한다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2세대 기가지니는 이같은 한계에서 벗어나 가정 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성을 높인 제품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왼쪽)와 KT의 기가지니. (사진=각 사)

AI 생태계 확장 나선 SKT‧KT, 아마존 전철 밟는다

SK텔레콤과 KT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AI 기기의 시장 규모를 확장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방식은 글로벌 IT 기업 아마존의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 누구와 기가지니의 원조 격인 ‘에코’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아마존은 에코를 손바닥 만한 크기로 줄인 에코 닷과, 절반 크기로 소형화한 에코 탭 등을 선보였다. 기능은 에코와 같지만 배터리를 탑재해 휴대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AI 스피커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옷차림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사진 촬영 기능도 탑재한 에코 룩이 공개됐다. 5월에는 7인치의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에코 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음성뿐만 아니라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기존 AI 기기가 가진 정보 전달 방식을 개선하고자 했다.

SK텔레콤과 KT는 아마존이 AI 생태계를 선점한 발자취도 뒤따른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 알렉사 스킬 키트를 공개해, 외부 개발자가 에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제 3자의 참여는 아마존 에코가 시장 점유율의 70%를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SK텔레콤은 누구의 API를 이달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KT는 파트너사들이 연구협력과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는 개발자 포털을 이달 내 오픈하고 기가지니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LG유플러스 또한 올해 하반기 중에 AI를 탑재한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조사는 LG전자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생산하는 블루콤이다. 누구와 기가지니의 기능에 더해 LG유플러스의 주력 신사업인 홈IoT가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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