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지난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7에서 눈에 띄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고도 넥밴드 만으로 스피커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나 공항 등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자신만 넥밴드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주위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되는 넥밴드이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도 적합하다. 여의도에 위치한 LG전자 트윈타워에서 톤플러스 스튜디오 개발에 참여한 호재석 선임연구원, 나용혁 선임연구원, 유현선 차장, 박준수 대리를 만났다.

톤플러스 개발팀은 예전에 CTO(최고기술경영자)소속이었지만 올해 조성진 LG전자의 CEO의 직속부서가 됐다. 톤플러스 개발팀은 CEO 직속의 IPD(이노베이션 퍼스널 디바이스) 부서 소속이다. 톤플러스 스튜디오 개발팀을 만나 이들의 제품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톤플러스 스튜디오, 1인 가구 증가 트렌드 맞춰 개발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이용자가 어느 곳에 있든지 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거실에서 오디오를 들을 경우 거실 중앙과 왼쪽, 오른쪽 등에서 이용자의 위치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하지만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목에 거는 상태에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이용자가 어디에 있던지 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다.

LG전자 음향 제품의 음질과 튜닝을 맡는 나용혁 선임연구원은 “넥타입은 사용자가 움직여도 소리 위치 역시 따라온다”며 “스위트 스팟의 경우 스피커는 협소하게 정해져 있는데,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스위트 스팟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현선 차장은 IPD 부서에서 톤플러스 모델 컨셉을 발굴 하고 상품기획을 담당한다.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경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 트렌드 보고서를 보고 1인 가구의 변화와 1인가구의 상품 등 사회 문화적 트렌드에 대해 분석했다고 유차장은 설명한다.

유차장은 “소리에 대한 감성을 느끼려면 소리가 꽤 크게 나야 한다. 작게 들으면 현장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목 주변에 사운드 존을 만들어 주위는 작게 들리지만 이용자에게는 크게 들리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만의 사운드 존을 만들어 주위가 작게 들리는 기술은 분명 어려울 수 밖에 없다. LG전자는 이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호재석 연구원은 “스피커 탁상에 놓는 제품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우퍼 스피커와 풀레인지 스피커를 별도로 분리해 각각 2개의 스피커를 뒀다”며 “우퍼 스피커를 저역으로 활용하게 아래로 두고 고역을 담당하는 풀레인지 스피커를 위쪽으로 위치시켰다”고 전했다.

나용혁 연구원은 “고음은 방향성이 있고, 저음은 방향성이 없다”며 “저음이 반사되면 기존보다 음역이 2배 정도 풍성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위치에서 공간감이 좋은지, 스피커 포지션 따라서 어디서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지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LG 톤플러스 스튜디오 개발팀. 왼쪽부터 박준수 대리, 유현선 차장, 나용혁 선임 연구원, 호재석 선임 연구원

제품 출시 준비에 1년 이상, 새로운 컨셉 제품은 오래 걸려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개발 준비 과정은 1년 이상 걸렸다. 보통 다른 톤플러스 제품들은 디자인부터 양산까지 1년이 걸리지 않는다. 톤플러스 스튜디오가 1년 이상 걸린 이유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컨셉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톤플러스 스튜디오 개발을 총괄했던 호재석 선임 연구원은 “기존 톤플러스 시리즈의 경우 1년이 걸리지 않지만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경우 컨셉만 잡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며 “컨셉을 잡는 과정에서 시장성이 있는 지, 가능성이 있는 지를 분석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유현선 차장은 “새로운 제품의 경우 개발 중인 제품에 맞는 신규 부품이 없을 경우 부품 개발도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유닛을 개발하는 업체와 LG전자 개발진이 함께 우퍼 스피커, 풀레인지 스피커 등을 신규 개발했다. 나용혁 연구원은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다른 업체의 유닛을 쓰지 않았다”며 “더 좋은 소리를 내도록 설계했고, 소재를 바꿔가며 새로 설계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점이 있다.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이어폰의 경우 LG전자만 쓸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경우 컨셉을 잡고 나서도 음질 튜닝이 정말 어려웠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나 연구원은 “톤플러스 스튜디오는 음질 튜닝이 가장 힘들었다. 스피커가 4개이기 때문에 총 4채널인데 4개가 다 같이 움직여야 해서 어려웠다. 각각의 유닛 소리가 간섭이 일어나고 진동도 들어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호재석 연구원은 “스피커 튜닝이기 때문에 명료도나 공간감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4D 채널을 개선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며 “상호 간섭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자에게 만족감 주면서 음질 해치지 않게 하는 접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자체적인 음질 평가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LG 톤플러스 스튜디오 개발진들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시장 커지는 무선 헤드셋, 경쟁도 치열해져 

애플이 아이폰7에 3.5mm 헤드폰 잭을 없애면서 에어팟이 출시됐다. 에어팟이 큰 인기를 끌면서 무선 헤드셋 시장도 갑자기 커졌다. 아이폰7이 출시된 9월 이후, 미국에서 무선 제품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이폰7에 헤드폰 잭이 없어진 현상에 톤플러스 브랜드를 갖고 있는 LG전자가 웃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돌았다. 이 때문에 IPD 부서가 CEO인 조성진 부회장 직속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나용혁 연구원은 “시장이 커지면서 특허문제, 짝퉁문제가 많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IPD 부사의) 규모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현선 차장은 “무선 헤드폰 시장은 앞으로도 많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경우 무선 제품의 음질이 안 좋을 것이라는 고정된 시각이 있는데 지금 무선 제품이 유선 제품 대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선 헤드셋 제품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보스도 헤드셋 시장에 뛰어들었고 비츠도 애플에 인수되며 경쟁력이 좋아졌다. 따라서 LG전자 역시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새로 만들어야 해 투자금액이 매년 늘고 있다.

LG전자의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가격은 23만9000원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LG전자가 톤플러스 스튜디오 가격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경쟁이 치열해진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수 대리는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려고 했다”며 “CES에서 JBL이 이런 컨셉을 전시한 것을 보면서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재석 연구원은 “톤플러스 스튜디오의 경우 이 한 모델로 끝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판매량이 나오면 스피커 라인업이 계속 나올 것이고 가격이 비싼 모델과 저렴한 모델이 모두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