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수명 짧다는 건 옛말"…AI 팩토리 시대 'GPU 감가상각' 논쟁
AI요약 ☞ GPU 감가상각 주기가 AI 시대의 핵심 논쟁으로 부상했다. 유효 수명이 짧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최근 분석에서는 5~6년 정도로 CPU보다 긴 수명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수익성보다 운영현금흐름(OCF)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감가상각 주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AI 연산의 중추 역할을 맡은 GPU의 실제 수명과 회계상 가치 하락 속도 간의 괴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실리콘앵글에 따르면 기존에는 GPU의 유효 수명이 짧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지만, 최근 분석 결과에서는 GPU가 이전 중앙 처리 장치(CPU)와 마찬가지로 예상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아마존은 서버 자산의 감가상각 주기를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변경하며, 이 같은 회계 조치가 서버의 실질적 사용 기간을 연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약화되는 가운데 자사 EC2 인프라가 다채로운 워크로드를 처리하며 3년보다 더 오랜 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후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도 이에 동참하며, 2023년부터는 6년 감가상각 기준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AI 팩토리 시대로 접어든 현재, 서버와 GPU 간의 유효 수명이 과연 6년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혁신 속도와 경쟁 압박으로 인해 수명이 오히려 단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의 신속한 혁신 주기가 업계의 현실적 중간점을 현재보다 보수적인 5년 수준으로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더해진다.
특히 AI에 특화된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감가상각 주기는 기존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비교해 다소 짧은 경향을 보인다. 코어위브(CoreWeave)는 6년 감가상각을 유지하지만, 네비우스(Nebius)는 4년, 람다랩스(Lambda Labs)는 5년을 가정한다. 이는 GPU 혁신 사이클이 빠르고 인프라를 자주 교체해야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비는 GPU 중심 인프라가 일반 서버 자산과는 다른 운용 및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GPU의 실제 수명도 단순하지 않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초기 1~2년은 기초 모델 학습에 투입되고, 3~4년 차에는 실시간 추론, 5~6년 차에는 배치 추론 및 분석에 활용된다. 이러한 가치 계단(value cascade) 구조는 GPU가 초기 목적을 마친 이후에도 덜 까다로운 작업으로 전환되면서 경제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하면 회계상 이익이 개선된다. 예를 들어, 6년 감가상각을 표준화하면 연간 70억달러 규모의 운영이익 증가가 발생하며, 이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경우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GPU 기반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로 확대됨에 따라, 유효 수명 가정의 1년 변화가 수십억달러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결국 GPU는 단기 소모품을 넘어 다양한 워크로드에 적용될 수 있는 장기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팩토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GPU 자산의 유효 수명과 감가상각 전략은 단순히 ‘짧게 쓰고 버린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편, 회계상 이익보다는 운영 현금흐름(OCF, operating cash flow)이 앞으로 AI 인프라 기업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