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가 미는 '마이크로LED 광통신'...AI 메모리 병목 해결사로 주목

AI 메모리 병목에 초저전력 광통신 기술 수요...GPU-메모리 연결 혁신 SK하이닉스·삼성캐피털 투자한 아비세나, 패러럴 전송으로 지연 최소화 3D CPO 패키징으로 진화...HBM처럼 TSV 활용 채널 통합

2025-11-09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시대 메모리 연결 해법으로 마이크로LED 기반 광 인터커넥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아비세나]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한 마이크로LED 기반 광 인터커넥트 기술이 AI 시대 메모리 연결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전기적 연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레이저 기반 광통신의 단점을 보완한 이 기술은 초저전력과 고밀도 데이터 전송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이규상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는 최근 SK AI 서밋 2025에서 CPO(Co-Packaged Optics) 기반 차세대 연결 기술의 필요성과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퓨터 세미컨덕터 비즈니스(Future Semiconductor Business) 대표로도 활동하며 2차원 물질 기반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AI 시스템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 받는 부분은 데이터 전송이다.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에 비해 하드웨어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규상 교수에 따르면 모델 파라미터와 최신 GPU의 연산 능력 격차가 약 10만배에 달한다. 특히 인터커넥션 대역폭 발전 속도는 2년마다 1.4배로 컴퓨팅 파워 발전 속도인 2년마다 3배에 크게 못 미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최신 GB200 랙을 보면 18개 컴퓨트 트레이와 72개 GPU가 탑재됐다. 한 트레이당 약 2마일 이상의 구리 케이블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는 구리 케이블과 광 케이블을 병행 사용하며 각각 1.6테라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하지만 구리 케이블은 고주파수와 미세화 환경에서 저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구리 케이블 한계 극복...초저전력 고밀도 데이터 전송 실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LED 기술이 부상했다. 미국 스타트업 아비세나(Avicena)는 레이저 대신 LED를 활용한 광 인터커넥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ED는 레이저와 달리 채널 개수를 늘려 대역폭을 확보한다. TV 디스플레이처럼 여러 채널을 병렬로 구성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LED 방식은 시리얼라이제이션(SerDes) 없이 패러럴 투 패러럴로 직접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전력 소비와 지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LED에서 발생한 빛 신호를 광섬유 번들을 통해 전송하고 광 검출기에서 수신·변환하는 아비세나의 라이트번들(LightBundle) 작동 원리 [사진: 아비세나]

해당 기술로 주목을 받은 아비세나는 지난 5월 타이거글로벌이 주도한 시리즈B 라운드에서 6500만달러를 조달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캐피털(Samsung Catalyst Fund)도 투자에 참여했다. 총 누적 투자액은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바디아 페제시키 아비세나 CEO는 "마이크로LED 기반 라이트번들 기술은 기존 레이저 기반 광통신 대비 대역폭 밀도, 에너지 효율성, 신뢰성, 비용 면에서 우수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르네 도 벤처투자 시니어 디렉터는 "고속 전기 인터커넥트는 근본적인 도달 거리 제한이 있고, 레이저 기반 광 링크는 전력 소비가 너무 크다"며 "아비세나의 라이트번들 같은 마이크로LED 기반 인터커넥트는 미래 메모리 패브릭의 저전력 링크를 위한 매우 유망한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적인 걸림돌도 남아 있다. 실리콘은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갈륨나이트라이드 LED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여기에는 25마이크론 피치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며, LED의 빛이 방향성 없이 퍼지는 특성상 광섬유에 커플링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규상 교수는 MIT와 공동으로 리모트 에피택시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륨나이트라이드 박막만 떼어내 실리콘 서킷에 옮기는 방식인데, CMOS 회로와 광전자 부품을 제품 플랫폼 안에서 통합해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CMOS 회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갈륨나이트라이드의 광전자적 특성 결합이 가능하다.

◆버지니아대 이규상 교수 "대역폭 혁신 없인 AI 발전 한계"

마이크로LED 활용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CPO로 발전할 전망이다. 업계는 플러그블 옵틱스에서 시작해 2D, 2.5D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3D CPO 구현까지 기대하고 있다. 3D 패키징은 전기집적회로와 광집적회로, 인터포저를 3차원으로 적층해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한다.

물론 문제도 있다. 레이저 기반 시스템은 높은 전력 소비와 열 안정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규상 교수는 "0.1도만 온도가 변해도 파장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레이저를 칩에 직접 통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부 레이저를 사용하면서 RC 지연 등 추가적인 단점도 발생하게 된다.

향후 HBM처럼 TSV 기술을 활용해 여러 채널을 통합하고 전기 부품은 최소화하면서 광학 부품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규상 교수는 "컴퓨팅 파워를 늘리는 것에 비해 대역폭을 늘리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이 분야 연구개발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비세나에 투자했다. [사진: 아비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