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장에 운명 건 K배터리...라인 전환 가속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실적 명암 美 데이터센터 'On-site Power+ESS' 수요 급증 3사 2026년 ESS 생산능력 49GWh 118% 확대

2025-11-06     석대건 기자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ESS 수주 120GWh를 돌파하며 실적 개선을 이끈 가운데, 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일 3분기 매출액 5조6999억원,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4.1%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4%, 영업이익은 22.2%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에는 북미 생산 보조금인 IRA 세액공제 3655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한 실제 영업이익은 2358억원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부사장은 "ESS와 소형 사업 출하량 증가와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 노력 등이 반영돼 북미 생산 보조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SS 사업 수주잔고는 120GWh로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3분기에만 미국 주택용 ESS 기업과 6년간 13GWh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도 올해 160GWh 이상을 수주해 총 300GWh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삼성SDI가 RE+ 2025에서 미국 현지 생산 최신 에너지저장장치 솔루션인 SBB1.7과 SBB2.0을 공개했다. [사진: 삼성SDI]

반면 ESS 시장 공략이 한발 늦은 삼성SDI와 SK온은 부진했다. 삼성SDI는 3분기 매출액 3조518억원, 영업손실 59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2.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둔화하고 ESS용 배터리가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배터리 부문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부문 매출은 2조82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2%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6301억원에 달했다. 실적 부진에도 원통형 46파이와 각형 배터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110GWh 이상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SK온은 3분기 매출 1조8079억원, 영업손실 12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보다 매출은 14% 감소했고 적자폭은 확대됐다. 미국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가 실적에 직접 타격을 줬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2분기 2734억원에서 3분기 1731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다.

◆트럼프 정부 AMPC 유지...셀 생산 최대 수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ESS 역할이 중요해지며 수요는 2035년까지 연평균 13%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중국산 점유율이 87%로 절대적인 상황이다. 탈중국 노선 강화 속 관세 및 보조금에 따른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업체들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데이터센터 설치량 증가 과정에서 더 빠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On-site Power+ESS' 조합 수요 증가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탄소중립이라는 당위적 목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경쟁이라는 각자의 이익 추구 행위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지속 가능한 수요 성장 논리라는 평가다.

게다가 2026년부터 OBBBA 법안 내 PFE 규제를 통해 중국 공급망을 점차 배제할 계획이다. 이에 ESS용 배터리와 흑연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탈중국 움직임은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망용 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모멘텀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OBBBA 정책이 바이든 정부의 IRA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기간 단축없이 생존한 조항이 생산보조(AMPC) 조항이다. AMPC의 가장 큰 혜택을 받는 품목은 배터리 셀이다. 하나증권은 이를 배터리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다뤄지며 안보자산화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기후산업엑스포에 전시된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 SK온]

◆K배터리, 합작공장 EV→ESS 전환으로 가동률 확보

LG에너지솔루션 중심으로 삼성SDI와 SK온도 EV 라인 전환을 진행중이며 2026년 합산 ESS용 생산능력은 49GWh로 전년 대비 118% 확대될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단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ESS 시장 확대에 운명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가 셀 양산 준비를 마쳤으며, 급증하는 북미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공장에서 ESS 제품 생산 전환을 검토 중이다. 2027년까지 각형 기반 LFP ESS 제품도 준비할 예정이다. 자회사 버테크의 시스템통합(SI) 역량을 활용해 전력 수요 예측과 거래 솔루션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 생산을 본격화한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SPE에서 이달 NCA 기반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했고, 내년 4분기에는 LFP 배터리 라인도 추가해 연간 3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비중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SS 시장에서는 안전성과 에너지밀도가 높은 각형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온은 신규 공장 건설 대신 기존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순차적으로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포드·현대차 등 합작법인 공장도 ESS 생산 전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회사는 전했다. 지난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플랫아이언 외에도 다수 고객들과 최대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