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왜 엔비디아의 손을 잡았을까…"자율주행 AI 독립 선언"
AI요약 ☞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AI 팩토리 구축과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모빌리티 혁신 가속화에 속도를 낸다. 모셔널·모빌아이 의존 벗어나 자체 학습 체계 구축, 데이터 주권·AI 역량 동시 확보한다는 행보다.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현대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기반 모빌리티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10월 31일 엔비디아와 현대차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APEC 현장에서 차세대 AI칩 ‘블랙웰(NVIDIA Blackwell)’을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등 전방위 산업 혁신을 위한 공동 행보다.
우선 현대차는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는 5만장의 블랙웰 GPU를 활용해 통합 AI 모델 개발과 검증, 실증을 추진하며 차량 내 AI, 로봇, 제조 혁신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번 협력에 동참해 국내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공동으로 AI 기술 센터와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국내에 설립하고, AI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AI 협력 강화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도약점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AI 리더십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AI는 모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핵심 기술”이라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지능형 자동차와 공장을 실현해 수조 달러 규모의 모빌리티 시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독립의 서막 '데이터·기술 주권' 확보 나선 현대차
현대차의 엔비디아 GPU 대량 도입은 단순한 하드웨어 도입이 아닌,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독립 선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현대차가 글로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장 경쟁에 본격 합류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해당 GPU를 차세대 자율주행 AI 모델 훈련 전용 클러스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량 센서·도로 데이터·주행 영상 등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는 ‘AI 학습 독립 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차는 그동안 자율주행 플랫폼을 이스라엘 모빌아이(Mobileye), 미국 모셔널(Motional) 등 외부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보안 문제와 기술 종속 우려가 커지면서, 자체 AI 인프라를 통한 ‘데이터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확보한 GPU를 기반으로 자동차 자율주행 알고리즘뿐 아니라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의 로봇-AI 융합에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피지컬 AI’ 기술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시뮬레이션 엔진을 결합해, 로봇과 차량을 통합 학습시키는 ‘멀티모달 AI 환경’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과 차량이 하나로, 멀티모달 AI 도전 가속화
이를 통해 차량이 도심·공장·물류센터 등 다양한 실세계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이동하는 ‘자율 주행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GPU 5만장을 가동하면 연산 능력이 초당 1엑사플롭스(EFLOPS)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테슬라의 도조(Dojo) 슈퍼컴퓨터와 견줄 수 있는 규모다.
이러한 구성이 갖춰진다면, 무엇보다 현대차가 한국 내 제조·모빌리티 AI 연합전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반 디지털 트윈을 통해 ‘제조 AI 혁신’을 주도한다면, 현대차는 ‘모빌리티 AI’ 부문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I 반도체 대량 운용에 따른 전력·냉각 인프라 부담은 새로운 도전 과제로 꼽힌다. GPU 5만장을 가동하기 위해선 수십 메가와트 단위의 전력이 필요하며, 이에 맞춘 데이터센터 전력망 보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