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살렸다" 위기 탈출한 삼성전자, 반도체로 반등 성공

메모리·파운드리·스마트폰 전 부문 실적 개선 달성 DS부문 영업익 7조원, HBM3E 판매량 전분기 대비 80% 증가 데이터센터 투자 러시에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 지속 전망 2026년 메모리 투자 한자릿수 후반 증가 계획

2025-10-30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분기 최대 매출 달성으로 실적 부진 우려를 털어냈다. HBM3E와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판매 확대가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60% 급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박순철 CFO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전 임직원이 합심해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며 "시장과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이 3분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DS부문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대폭 개선됐다. 메모리 사업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HBM3E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80% 중반 증가했다. 전량 HBM3E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전환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컨퍼런스콜 내내 삼성전자 임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AI'였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제너레이티브 AI향 투자 확대로 서버향 고성능 메모리 요구가 늘어나면서 HBM, 고용량 DDR5, 서버 SSD를 중심으로 수요 강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인프라 확보 경쟁에 따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하드웨어 투자가 업계 공급량을 큰 폭으로 초과한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 현상을 강조했다.

아울러 분기 최대 매출 달성 배경에 HBM3E 판매 확대에 있었다. 3분기 HBM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80% 중반 증가했고, 레거시 제품을 제외한 전량이 HBM3E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또 D램 ASP는 전분기 대비 10% 중반, 낸드는 한자릿수 중반 상승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비트그로스는 D램은 10% 중반, 낸드는 10%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앰비언트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AI 서버 수요 폭발로 메모리 사업 역대 최대 매출 달성

4분기 전망도 밝다. AI 투자 확대 기조가 유지되면서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다. 내년 전망 역시 낙관적이다. 김 부사장은 "2026년 물량에 대한 메모리 수요가 예년 대비 훨씬 강하고 빠르게 접수되고 있다"며 "당사 투자와 캐파 확대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고객 수요가 당사 공급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낸드의 경우 "니어라인 HDD 공급 부족에 따른 SSD 대체 수요 영향으로 업계 재고 수준이 급격하게 축소되어 공급 제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2026년 메모리 투자를 전년 대비 한자릿수 후반대 증가시킬 계획이다. DRAM은 1b나노와 1c나노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기반으로 선단 비중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HBM4 경쟁력 확보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에 대해 김 부사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 부사장은 "고객사와의 NDA 계약으로 구체적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12Gbps 이상 성능을 저전력으로 구현한 HBM4 샘플을 모든 고객사에 출하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객사들 사이에 GPU 성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는데, 당사는 개발 착수 단계부터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턴어라운드도 주목할 만했다. 강석재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나노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2나노 대형 고객 수주 등 선단공정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비용 감소와 라인 가동률 개선, 원가 절감 효과가 반영되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테일러 신규 팹도 2026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중 갈등·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한 리스크 요인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도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MX사업부 상무는 "폴드7, 플립7의 견실한 판매 호조로 폴더블 수량과 금액 모두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며 "S25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 모멘텀도 유지됐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매출 비중 확대와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판매 개선으로 두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주주환원 강화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강조됐다.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조기 완료했고, 전 임직원 대상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보상을 주가에 연계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직접적 동기를 부여하겠다"며 "보유 자사주 중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8.4조원 규모는 적절한 시점에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미중 기술경쟁 심화와 관세 정책 변화가 변수다. 메모리 부품가격 상승으로 DX부문 수익성 압박도 우려된다. 2026년 상반기는 AI 투자 붐 지속으로 반도체 경기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이후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박순철 CFO는 "관세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6년 하반기 전망은 내년 2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구체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