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안보법' 재추진 되나...유관기관 합의 여전히 과제
국정원장, 과기정통부장관 공동 간사로 하는 사이버안보법 발의 돼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선거 등으로 중단됐던 사이버안보법 제정이 다시 추진될 조짐이다. 최근 해킹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사이버안보 법안을 재발의했다.
29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김상훈 의원(국민의힘) 등 의원 20명이 ‘사이버안보 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사이버안보 공격에 대한 공공과 민간 부문의 통합적 대응을 위한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광범위한 사이버공격에 효율적인 대처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사전탐지, 조기차단 등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사이버안보에 관한 국가의 전략 및 정책 수립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안보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있었다. 하지만 유관 기관들의 반대, 정치적 상황 등으로 수 차례 좌절됐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이 다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을 추진했다.
국정원은 과거 비판 사례를 참고해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를 담당하고 국정원이 사무국으로 실무를 관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때는 사이버안보 법안 제정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대통령실에서 공세적 사이버안보 방안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이 지연됐다. 그리고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고 2025년 상반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조기 대선 등이 이뤄지면서 사이버안보 법안을 논의할 수 없었다.
국정원은 ‘2025년도 법률안 국회 제출계획’에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가칭) 제정 계획을 포함시키며 법 제정 의지를 나타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의 교체, 산적한 현안으로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사이버안보 법안 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는 했지만 여당도 논의에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해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이버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 이어 KT, LG유플러스도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고 롯데카드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김상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사이버안보 법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을 국가안보실장이 하도록 함으로써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로 했다.
다만 과거 국정원의 법안이 실무를 국정원이 주관하도록 했던 것과 달리 이번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을 넣었다.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위원으로 국가정보원장은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넣도록 했다.
또 간사 위원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국가정보원장이 함께 하도록 했다. 이는 사이버안보와 관련해 국정원에 힘이 집중된다는 지적과 민간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계자들은 이런 내용 때문에 여야 보다는 오히려 국정원, 과기정통부와 다른 부처들의 이견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국정원과 과기정통부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 사이버보안과 관련해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 경찰청 등에서도 간사 위원 명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여야와 유관 기관들이 사이버안보 법안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고 어떤 방향으로 논의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