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표 토크노믹스 진화…'이미르'로 단순화·경쟁 보상 강화

미르4·나이트 크로우 거쳐 완성된 블록체인 게임 대중화 전략

2025-10-24     이호정 기자
위메이드 '레전드 오브 이미르' [사진: 위메이드]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다. 

위메이드는 오는 28일 170개국(한국·중국 등 제외)에 출시하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에 새로운 경제 모델을 선보인다. 2021년 '미르4'를 시작으로 4년간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개척해온 위메이드표 토크노믹스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미르4는 월평균 활성 사용자 620만명과 2023년 기준 누적 매출 약 1724억원을 기록하며 블록체인 게임의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4년 3월 출시한 '나이트 크로우'도 3일 만에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복잡한 토크노믹스 구조가 일반 이용자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토크노믹스를 전면 재설계했다. 복잡했던 구조를 과감히 단순화하고, 경쟁 기반 보상 체계를 도입하며 블록체인 게임의 대중화 가능성을 시험한다.

◆'미르4'에서 '나이트 크로우'까지 실험으로 다져진 토대

미르4의 토크노믹스는 3단계로 구성됐다. 게임 내 재화 '흑철'을 토큰 'DRACO'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상위 코인 'HYDRA'로 교환하는 구조다. 캐릭터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거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 같은 다층 구조는 블록체인 게임 초기 단계에서 토큰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고 생태계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시장 검증을 목적으로 한 보수적 설계였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나이트 크로우는 한 발 더 나아갔다. 핵심 재화 '다이아'로 'CROW' 토큰을 생성하고, 6개 아이템을 개별 토큰화하는 '멀티 토크노믹스'를 도입했다. 캐릭터 정보를 압축한 '캐릭터 NFT'도 구현했다.

다양한 게임 자산을 토큰화하면서 경제 생태계의 다양성은 확보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뿐 아니라 개별 아이템도 거래할 수 있게 됐고, 게임 경제의 유동성도 향상됐다. 하지만 6개 아이템 토큰화는 오히려 복잡성을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태계 다양화와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이미르', 구조는 단순하게 경쟁은 강하게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토크노믹스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핵심 토큰은 'gWEMIX' 하나뿐이다. 미르4의 3단계, 나이트 크로우의 멀티 토큰 체계를 모두 걷어냈다.

gWEMIX는 위믹스 코인과 1대 1 교환 가치를 보장한다.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통해 획득할 수 있으며, 캐릭터와 장비 성장에 활용하거나 위믹스로 직접 교환할 수 있다.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블록체인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화와 함께 경쟁 기반 보상 메커니즘도 새롭게 설계했다. 서버 대전에서 승리한 클랜은 인터서버 내에서 발행된 gWEMIX를 세금으로 분배받는다. 글로벌 토너먼트 '이미르컵'도 개최한다.

이 중에서도 지난 22일 공개한 '스트리머 파트너스 서버' 시스템이 주목된다. 스트리머가 직접 서버의 주인이 돼 공식 운영자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서버 규칙 제정, 시그니처 이벤트 개최 등 6개월간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할 수 있다. 운영하는 서버의 순매출에 비례해 위믹스로 어워드도 지급된다. 선정은 SSS 스트리머의 활동 내역, 커뮤니티 영향력, 운영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진다.

이는 단순 플레이 시간에 비례한 보상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을 통한 보상 체계다. 게임의 재미와 경제적 인센티브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PvP 콘텐츠의 동기부여를 높이는 설계다. 

세 게임을 비교하면 명확한 진화 패턴이 보인다. 미르4는 3단계 구조로 시장을 검증했고, 나이트 크로우는 멀티 토큰으로 생태계 다양화를 시도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단일 토큰으로 대중화에 집중한다. 보상 방식도 개인 플레이 중심에서 아이템 거래 중심을 거쳐, 경쟁과 협력 중심으로 변화했다.

◆단순화 다음은 지속가능성…위메이드의 다음 시험대

위메이드의 토크노믹스 진화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 전체의 성숙을 반영한다. 초기 블록체인 게임들이 복잡한 구조로 얼리어답터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대중화를 위한 단순화가 필수가 됐다. 

위믹스 재단이 안정적 운영을 위해 약 102억 원 규모의 위믹스를 준비금으로 확보한다는 계획도 토크노믹스 안정성을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P2E에 치우치지 않고 게임 본연의 재미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쟁 기반 보상이 커뮤니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숙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가 3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토크노믹스의 단순화라는 명확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블록체인 게임의 성공은 결국 게임 본연의 재미에 달려있다. 경제 시스템이 게임성을 압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