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놀이'에서 '문화'로...넷마블게임박물관 가보니
2100여점 소장품 전시...게임 역사부터 비하인드 스토리·직접 체험까지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서울 구로구 지타워 3층, 넷마블 사옥 내에 이색 공간이 들어섰다. 지난달 4일 넷마블문화재단이 공식 문을 연 '넷마블게임박물관'이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게임을 통해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고 이를 재조명하는데 초첨을 맞췄다는 넷마블게임박물관을 찾았다.
넷마블문화재단은 게임문화유산을 보존, 연구, 전시해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이 박물관을 설립했다. 983.47㎡(297.5평) 규모의 공간은 '함께(Together)', '배움(Learn)', '즐거움(Fun)'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박물관은 '게임 역사', '게임 세상', '게임 문화' 세 가지 테마로 공간이 구성됐다. 이곳에는 2100여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으며, 이중 700여점은 시민과 넷마블 임직원의 기증을 통해 수집됐다. 입구에는 '놀이는 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는 요한 하위징하의 말이 인용돼 있어 방문자들에게 게임의 문화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인트로시어터'라 불리는 삼면을 감싸는 대형 스크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넷마블의 대표 지적재산권(IP)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주인공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고대 문명의 놀이문화부터 현대 디지털 게임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진화를 보여준다.
'게임 역사' 구역에서는 1950년대 과학자들의 실험적 연구에서 비롯된 디지털 게임의 기원을 만나볼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테니스 포 투'는 실제 크기의 2배로 복각돼 전시돼 있다. 1971년 최초의 상업용 아케이드 게임기 '컴퓨터 스페이스'도 실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이 기기는 개관 직전인 지난해 12월 24일에 캐나다를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 25센트였던 이용 요금은 콜라 한 잔이나 햄버거 반개 정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한국 게임사의 초기 기록도 특별히 강조됐다. 1987년 대우전자가 출시한 '재믹스 V'와 국내 최초의 상업용 RPG 게임인 '신검의 전설' 시리즈 자료를 통해 한국 게임 산업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보이는 수장고'라는 특별한 전시 방식도 도입됐다. 넷마블 관계자는 "다양한 소장품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게임기의 뒷면까지 볼 수 있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 게임 팩의 색상 차이(일본은 알록달록한 색상, 미국은 주로 회색)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첫 기획전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는 1990년대 국산 게임의 전성기를 집중 조명한다. '창세기전', '악튜러스', '화이트데이', '포가튼사가', '임진록' 등 한국 게임 역사의 중요한 작품들이 원본 패키지와 공략집, 당시 사용되던 컴퓨터 기기와 함께 전시돼 있다.
'게임 세상' 구역에서는 게임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게임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트 디자이너, 사운드 디렉터 등 게임 제작에 관여하는 다양한 직군의 역할이 소개된다. '제2의 나라'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 책상 재현 공간과 자신에게 맞는 게임 직군을 탐색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어 게임 산업 진출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게임 문화' 구역은 라이브러리와 플레이컬렉션으로 구분된다. 라이브러리에서는 게임 서적과 아트북, 게임 잡지 등을 열람할 수 있고, 플레이컬렉션에서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부터 콘솔·PC 게임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아케이드게임은 1980년대 한국의 전자오락실에서 느낄 수 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창작자와 기록자, 문화 연구자로서의 시선을 제공하는 곳이다. 게임을 경험해 온 세대에게는 추억을, 이제 막 게임을 접한 세대에게는 역사적 맥락을 통해 오늘날의 게임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준다.
교육적인 측면도 강화할 예정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4월부터 초등 5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게임의 역사부터 관련 직업까지 이해하고 실전에서 일하는 게임 전문가들을 만나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관람객들의 요청에 따라 소장품 스토리를 담은 도록도 올해 말에 제작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람은 홈페이지 예약 및 현장 발권을 통해 가능하며, 운영 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