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케이블TV-홈쇼핑 수수료 갈등...정부 가이드라인 한계론

대가검증협의체 실효성 의문...일각 법개정 필요성 목소리도

2024-11-05     백연식 기자
2024 광주에이스페어 현장에서 MSO사 공동관(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딜라이브, HCN)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케이블TV방송협회]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케이블TV(SO) 업계와 홈쇼핑 업계 간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또 시작됐다. 일부 SO에서는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사업자 간 의견 수렴 중으로 우선 실무협의를 거쳐 여기서도 조정이 안될 경우 추후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가검증협의체를 열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가검증협의체’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대가산정 고려요소 값을 검증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블랙아웃은 홈쇼핑 채널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케이블TV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일반 채널 콘텐츠 비용으로 지급하는 재원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이드라인 개정이 아닌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5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CJ온스타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에 방송 송출을 다음달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송출수수료 갈등으로 인한 홈쇼핑 송출공급계약 종료를 이유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재가 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 0시부터 이들 케이블TV 권역의 유료방송에서 CJ 온스타일 방송 송출이 중단된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단 예정일 1개월 전부터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하를 위한 무리한 압박”이라며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을 상대로 논리적 비약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어 미디어의 공공성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타 플랫폼(IPTV)의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을 마치 SO의 TV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증가하는 것 처럼 왜곡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송출 수수료란 홈쇼핑이 SO에 콘텐츠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를 말한다. 뉴스, 예능, 드라마 등 일반 콘텐츠와 달리 물품을 판매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오히려 PP(프로그램 제공 사업자)인 홈쇼핑이 비용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상파 채널 등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이 위치하는 것이 유리해 예전에는 경쟁이 치열했으며 인기 채널로 들어가기 위해 송출 수수료 역시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홈쇼핑 업계는 수익이 계속 줄고 있다는 이유로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어려운 것은 케이블TV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용자에게 받은 유료방송 이용료는 정해져 있지만 지상파 채널은 물론 CJ ENM 등 대형PP에게 제공해야 하는 콘텐츠 대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그런 만큼 송출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용자의 요금을 인상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케이블TV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이는 결국 케이블TV에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재원적 한계에 부딪히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개별SO에 대한 방송 송출 중단을 시작으로 위성방송, IPTV(인터넷TV)까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SO와 달리 IPTV에게 지급되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인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홈쇼핑의 SO에 대한 송출 중단 예고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IPTV에게 미리 보여주는 이른바 ‘쇼잉’이라는 지적도 있다. 

SO 사업자와 홈쇼핑 업계가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도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에 각각 홈쇼핑 라이브 방송 채널 계약 종료를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등으로 실제 송출 중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은 충분히 예고가 된 상황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문제 해결에는 큰 역할을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할 경우 홈쇼핑 재승인 평가에 영향이 갈 수 있지만 재승인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 중재를 위한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협의체는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대가산정 고려요소 값을 검증하는 역할만 한다. 송출 대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산식에 적용된 데이터 정확성만 검증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예전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산정식을 구성하는 고려요소 값은 명확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비율로 산식에 반영할 것인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유료방송 상생협의체 회의 당시 제시한 2단계 협상 계획안을 철회한 바 있다. 원안은 송출수수료 협상 시기를 이원화하고 정부가 구체적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조건적인 송출 중단 통보는 기업이나 소비자 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가 산정은 기업간 자율 협상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 사업자간 의견 수렴 중으로 우선 실무협의를 거쳐 여기서도 조정이 안될 경우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가검증협의체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