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문에서도 북한과 갈등 고조되나...북한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 비난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 부문에서도 한국, 미국 등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APG)가 북한의 옵서버 지위를 박탈한 것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0월 3일 북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방지를 위한 국가조정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를 비난했다.
대변인은 담화에서 “지난 9월 24일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진행된 제26차 기구연례총회에서 북한의 기구 옵서버 지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원래 북한이 기구에 옵저버로 가입한 것은 자금세탁과 테러지원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범죄와 전혀 인연이 없다는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기구 가입 후 우리가 2016년 유엔국경횡단조직범죄반대협약에 가입하고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방지에 관한 국내법을 수정 보충하는 등 부여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을 통해서도 그 투명성이 객관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의 정상적인 발전권리를 침탈하려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굴복 추종한 기구는 북한의 성의 있는 노력과 투명성 있는 조치들을 한사코 외면해왔다”며 “기구가 이번에 북한의 옵서버 지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한 것도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이는 국제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도모해야 할 기구가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어용집단으로 변질됐음을 방증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북한은 미국의 정치적도구로 전락된 기구와 상종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아무런 유감이 없다”며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을 반대하는 북한의 원칙적 입장은 시종일관하며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1일 외교부와 금융위원회는 아태지역 자금세탁방지기구(APG)가 9월 24일 오전 9시(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제26차 총회에서 북한의 옵서버 지위 박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APG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의 자금세탁 방지, 테러자금조달 금지 및 확산 금융 대응을 위한 국제 기준 이행을 촉진하고 그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식 지역 기구(FSRB)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42개국이 회원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3년 7월 APG 총회가 북한이 다음 연도까지 APG에 대한 아무런 관여가 없을 경우 차기 총회에서 북한의 지위가 논의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2024년 9월 24일 총회가 지난 6년 간 북한의 관여가 없었음을 확인함에 따라 북한의 옵서버 지위 박탈이 별도의 토론 없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APG 사무국은 2023년 총회 이후 북한에 옵서버 지위 관련 상황을 통보하고 유엔 등 여타 국제기구 등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 등을 시도했으나 2024년 9월까지 북한측으로부터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북한이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금융 부문에서도 미국, 한국 등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 중국 등과 금융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