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은행 채용 시스템 정면 비판...대수술 시급
은행 공채 지양, 수시 확대....순환보직 대신 전문성 확보 방안 마련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연구원이 대규모 공개채용과 호봉제, 순환보직으로 대표되는 은행들의 인사관리 체계를 정면 비판했다. 비대면금융, 디지털금융 확산 등 변화된 환경에 따라 수시 중심의 전문가 채용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들의 인적자원 관리 현황 및 문제점, 해외 사례, 개선방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은행들은 공채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호봉제로 대규모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은행원으로 양성한 후 2~3년 주기로 순환보직 근무를 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점차 금융환경 변화로 본부 조직, IT인력을 늘리고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채, 호봉제, 순환보직의 전통이 남아있다.
보고서는 “현행 은행 임금체계 하에서는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집단평가 위주이며 성과급보다는 근속연수, 나이, 학벌 등 속인중심의 임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평가 및 보상방식은 이미 입사연차 및 연령대가 높은 직급의 근로자에게는 수용하기 쉬우나 다양한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MZ세대들에게는 기존의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해 일률적인 평가와 보상을 하는 방식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현재의 임금체계 하에서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적인 임금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은행 내부적으로 IT관련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임금 측면에서 빅테크와 플렛폼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은행들이 디지털금융과 언택트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직무별 인사관리체계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와 경직적인 노동문화 등 글로벌화, 디지털화에 맞지 않는 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순환보직 제도가 전문성 확보를 막는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현재 국내은행들은 2~3년마다 보직을 이동하는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전문 인력 양성에 취약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투자금융, 자산관리,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은행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지만 순환근무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률적인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직무별로 그 특성에 맞게끔 인력을 채용하고 수시 채용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 대규모 공채 방식의 채용은 지양하고 향후 핵심인력으로 양성할 젊은 인재의 등용문 정도로 공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분야는 아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국내은행들 또한 이를 벤치마킹해 R&D 인력 충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금융환경 하에서 R&D 인력이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평가와 성과 보상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국내은행의 직원 성과에 대한 보상수준은 매우 약하다. 이는 연공서열형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데 주로 기인한다”며 “각 직군 별로 차별화된 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연구진은 인사관리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노사관계 재정립 등 노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투트랙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은행 내부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직군은 지금과 같이 노조가입을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은 직군은 노조가입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국내은행들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사관리 제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