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보안도 국가안보실이 주관?...대통령 지시에 난처해진 금융위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금융보안을 강화할 것을 특별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위, 금융감독원이 유관기관들과 사이버금융테러 점검 회의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의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에 관한 2023년 1분기 실적 보고에 ‘금융보안 철저 관리’가 포함됐다.

디지털투데이가 확인한 금융위 문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금융보안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2월 지시 사항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주재로 금융위, 금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이버금융테러 대응태세 점검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금융보안 사안을 국가안보실이 주관하고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을 중심으로 금융당국과 유관기관들이 협력해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은 지난해 11월 국정원이 사이버안보협력센터를 개소한 후 민·관·군 등이 협력하기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 등은 과기정통부, 경찰, 검찰 등과 긴밀히 협력 관계를 마련해 금융보안에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1월 30일 금융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이같은 지시 사항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금융보안 내용을 강조하지 않았다. 2023년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보도자료와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금융보안 강화에 대한 내용이 없다.

오히려 보도자료와 추진계획에는 금융보안 규제를 정비해 금융-비금융 융복합 신상품·서비스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보안 규제를 자율규제 방식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안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업부보고와 추진계획에 없었던 금융보안의 철저한 관리를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실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1월 30일 오전 대통령실이 배포한 금융위 업무보고 관련 자료에는 금융보안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같은날 저녁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 전문에는 금융보안 내용이 나온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보안업체 안랩 등의 대표를 역임한 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을 거론하며 금융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보안 문제, 안전 문제를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며 “일단 안보실을 주관으로 하고, 국정원도 관여를 해서 금융기관의 보안 담당자들과 이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갈 테니 다함께 협조해서 금융보안 문제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 갖고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증언과 금융위, 대통령실 자료 등을 종합해보면 금융위 업무보고에는 금융보안 강화 내용이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지적하며 지시사항이 된 것이다.

보안 관계자들은 금융위의 입장이 미묘해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보안을 주관하려고 노력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금융보안원까지 만들었다. 정보보호의 날 행사를 금융위원장이 따로 챙긴 사례도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융보안을 주관, 주도해야 하는데 업무보고에서 금융보안을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금융보안을 주관하라고 지시했다.

보안 관계자들은 앞으로 금융보안과 관련해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통령이 금융보안 강화를 지시한 만큼 금융위가 보고한 금융보안 규제 개선도 신중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