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24GB·5만9000원으론 부족...구간별로 더 다양화해야"
국내 5G 이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GB, "24GB는 이에 못미쳐...최소 30GB"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다음달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현재로써 월 5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가 유력하다. 10GB 이하 구간과 110GB 이상으로 이원화돼 있는 데이터의 중간 구간을 채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24GB 정도의 5G 중간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5G 이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GB(5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도 “소비자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요금제 도입의 핵심 SK텔레콤이 신청한 24GB 5만9000원 요금제와 같이 단품 중간요금제만 나오면 된다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 소비량에 비례하는 구간별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10GB~110GB의 중간에 20GB 수준의 요금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 아니라 10GB~30GB, 30GB~50GB, 50GB~70GB, 70GB~90GB, 90GB~110GB 구간으로 요금제를 추가적으로 만들어야 이용자가 각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중간요금제를 논하기에 앞서 현재 5G 요금제 중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가입자를 위한 3만 원대, 4만 원대 요금제도 출시되어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에서 다음 달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약속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간담회 직후 “5G가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보급률이 40%에 이르렀다”며 “5G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고 있어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 초 정도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간요금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5G 요금제를 구성해 고객 선택권을 강화겠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KT 사장과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또한 다음달 중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출시 준비 중인 SK텔레콤 등의 5G 중간요금제가 이통사 매출 하락을 가장 약하게 떨어뜨리는 이른바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있다.
SK텔레콤이 전날 과기정통부에 신고한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월 5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형태로 전해졌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유보신고제 대상인 SK텔레콤이 24GB 정도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 유력하다.
현행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10GB미만을 제공하는 월 5만원 이하 요금제와 10GB~12GB를 제공하는 월 5만5000원 요금제, 100GB 이상을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6만9000원~7만50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중간 요금제 기본 데이터량은 5G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27GB) 보다 낮다. 이 때문에 월 평균 27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그대로 고가요금제를 쓸 수 밖에 없다.
여당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동통신사가 뒤늦게 비판을 받은 요금체제 시정안을 내는데, 먼저 하겠다는 회사가 월 사용량 24GB를 중간요금제 대상으로 한다”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평균 사용량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또 고가 요금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동통신사가 진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또 하나의 구간을 만들거나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비판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실제 사용량에 맞는 수준의 요금제가 필요한 만큼 2가지 구간 정도는 나와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24GB 데이터 제공은 생색내기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정보통신방송미디어)도 13일 낸 ‘중간요금제를 넘어 실효성 있는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 필요’ 보고서를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실효성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간요금제 문제를 넘어 다양한 요금제를 적극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안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5G 이용자들은 한 달에 데이터를 24~27GB 수준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상위 5%를 제외하면 사용량은 18GB~21GB로 낮아진다”며 “반면에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10GB~12GB를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월 5만5000원), 110GB~150GB 이상의 고가 요금제(월 6만9000원~7만원)뿐이고, 무제한 요금제는 8만9000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은 개인의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선택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양자택일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간요금제 도입의 핵심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바와 같이 SK텔레콤이 신청한 24GB 5만9000원 요금제와 같이 단품 중간요금제만 나오면 된다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데이터 소비량에 비례하는 구간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10GB~110GB의 중간에 20GB 폭으로 요금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10GB~30GB, 30GB~50GB, 50GB~70GB, 70GB~90GB, 90GB~110GB 구간으로 요금제를 추가적으로 만들어야 이용자가 각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또한 중간요금제를 논하기에 앞서 현재 5G 요금제 중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가입자를 위한 3만 원대, 4만 원대 요금제도 출시되어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계통신비는 단순히 통신사업자가 부과하는 요금제만의 문제가 아니고, 고가의 단말기 비용부담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문제도 매우 크다. 따라서 단말기 가격 인하 방안, 다양한 자급제폰 및 보급폰 공급 확대 등의 문제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부연했다.
5G 이용자의 4G(LTE) 요금제 선택 허용 역시 필요하다. 2020년 8월부터 SK텔레콤을 필두로 5G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매하면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그러나 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중 자급제 판매량은 최대 13% 정도에 불과한 상태에서 자급제폰에 한해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5G 기지국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끊김 현상이나 느린 속도 등의 통신품질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5G 기지국이 (농어촌지역 포함) 전국적 구축률이 최소한 7~80%가 될 때까지는 5G 가입자도 현재와 같이 자급제폰만이 아닌 이통사향 5G폰에 대해서도 4G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안 위원은 “이를 통해 이용자의 5G 통신품질 불량에 대한 불만에서 야기되는 통신비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비대면 가입 요금제 확대 역시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이용자는 비대면 거래에 익숙해져 있고, 온라인 가입이 매우 자연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과방위원회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비대면 가입자를 위한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 3종을 출시한 상황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약정할인과 결합 할인 등의 적용이 불가해 일반 방문 가입 요금제에 비해 실속이 없고 차별성이 없다 보니 가입률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안 위원은 “향후 비대면 가입 및 갱신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선택약정할인과 결합 할인 등의 적용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형 요금제를 통해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 경감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요금감면 지원 제도 개편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어르신 5G 요금제, 청년 맞춤형 5G 데이터 요금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며 “연령 등의 기준에 따른 적용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어떠한 요금제로 효용성을 높여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해당 계층의 소비자의 여론을 수렴하고, 통신사업자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고시 개정을 통해 생계‧의료급여 대상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5G 통신요금 감면제도도 개편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